매일신문

사설-'이상적 학교' 과연 이상적인가

내년부터 전국 국.공립 초등학교 10개교가 교육과정.수업 일수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학급당 학생수 35명 이하에 최신 정보화 시설을 갖춘 선진국형 '이상적 학교'로 운영되며, 2003년엔 이 같은 학교가 국.공립 중학교 10개교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말까지 학생을 선발, 등록금 책정과 교과과정 운영이 자유로운 '자립형 사립고' 시범학교도 전국에서 10~20개를 선정, 내년부터 문을 열 움직임이다.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학교 중심의 현행 공립학교 체제는 이상적 학교, 일부 특수목적고, 영재학교.학급, 대안중학교 등으로 분화되며,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립형 사립고가 수요자 중심의 교육 욕구를 수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28년간 유지되면서 입시 과열을 줄이고, 교육 기회 확대에 기여해 온 평준화 정책을 사실상 깨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고, 능력과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공교육 붕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새 제도가 평준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학교의 서열화와 과외 열풍, 입시 명문 부활 등의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

이 제도들은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고 질적 향상에 기여하는 등 교육 전반의 정상화를 이루고, 나라와 사회 발전에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해보게 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는 이 제도들이 이상적으로 정착했을 때의 가정에 불과하다.

대학 입시 제도가 엄존하는 한 대입학원을 만들고, 초.중등학교에도 역시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과외 바람이 거세지며, 현재의 교육 위기를 다른 위기로 바꾸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은 뻔한 일로 보인다. 이상은 멀고 현실이 더 나빠진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 나가자면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신중한 추진이 요구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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