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살빼기 열풍

클레오파트라가 다시 그 모습으로 태어나 미인대회에 출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선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뽀로통한 얼굴에 앞으로 튀어나온 입술, 들쭉날쭉한 치아, 풍만한 몸매…. 현대적인 미인의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곤 코가 크고 오똑하다는 정도일는지도 모른다. 당시 로마의 매력적인 여성들은 거의 풍만한 몸매였으므로 다소 뚱뚱하고 몸 전체의 기복이 뚜렷한 그녀가 절세의 미인으로 칭송됐을지 모른다는 게 후세 학자들의 상상이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시대나 문화권에 따라 제각각이다. 고대의 서양에선 풍만하고 관능적인 여성이, 중세엔 호리호리한 몸매와 크지 않은 가슴이 미인의 표준이었다. 중국 당나라 때는 통통한 얼굴, 자그마한 몸과 발을 가져야 대접 받았다. 우리 선조들은 보름달 같이 둥글고 흰 얼굴, 통통한 뺨과 작고 가는 눈, 앵두처럼 탐스러운 입술과 연적 같은 젖무덤을 가져야 미인 반열에 올렸다.

▲그러나 오늘의 사정은 어떤가. 얼굴 윤곽이 뚜렷하고 몸매가 늘씬하며 다리가 긴 '각선미'와 '개성미'가 주요 덕목이다. 이 때문에 지구촌 여성들이 온통 '살 빼기' 등 몸매 가꾸기에 눈이 어두울 정도다. 특히 '뚱보들의 천국'이라는 독일에서는 극성인 모양이다. 비만 문제를 돈벌이에 악용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110㎏ 이상의 여성을 TV에 출연시켜 감량 과정을 보여 주는 프로가 폭발적인 인기란다.

▲우리나라에서도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다이어트 파문으로 화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다른 개그우먼을 TV에 출연시켜 지방흡입 수술의 효과를 검증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KBS 2 '시사 터치 코미디 파일' 제작진은 강남영씨가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과정을 촬영, 13일 방영할 예정이라지만 정말 이래도 좋은 건지…. 벌써부터 선정성 논란이 일고 있으나 공영방송의 지나친 시청률 의식의 소산은 아닌지?

▲요즘 여성들 사이에 때리기.꼬집기.체하기.감기.수술 등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거나 일부러 질환에 걸려 살을 빼려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성행한다니 연민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비만 전문가들은 엽기 다이어트는 건강을 심하게 해칠 수 있으며, 그런 방법들로는 일시적인 효과뿐이라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의 군살 빼기는 아직도 요원한데 시대 변화에 따른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겨냥한 '살 빼기 전염병'은 날로 극성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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