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목타는 가뭄현장…경북북부

◇헌신적인 도움들='영양 온천개발'은 인근 일월면 도곡.가곡리 들에 농업 용수가 떨어지자 지난 5일부터 600만원을 들여 온천 시추공에서 용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40마력 짜리 수중모터를 560m 땅 속에 설치, 하루 500t의 물을 뽑아 올려 들판으로 보내고 있는 것.

물 부족으로 모내기를 못해 애태우던 예천읍 용산리, 하리면 부초리 등 1천500여평의 논에는 지난 7일부터 한국레미콘과 신영레미콘 회사 차량 20여대가 나가 100여대 분의 물을 공급해 모내기를 할 수 있게 했다.

안동에서는 지역 레미콘 차량들이 회사 일을 마친 후 밤시간에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업체들이 지난 5일부터 레미콘 차를 파견, 매일 밤 7~10시 사이에 낙동강 물을 떠 모내기를 못하고 있는 논에 공급하고 있는 것.

심지어 영주에서는 분뇨를 처리하는 위생차들까지 나서서 천수답에 물을 운반하고 있다. 영주.중앙.영풍 등 3개 위생사는 각각 3대씩 모두 9대의 위생차를 파견, 8일부터 가흥1동 애앗고개, 안동골, 서릿골 등 4ha의 논에 물을 공급했다. '중앙'의 강정길 대표는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싶어 비가 내릴 때까지 위생차를 파견키로 했다"고 말했다.

양수 장비와 성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문경 영 출신인 고민환씨(경기도 부천)는 수중모터 1대를 산북면 석봉들에 보내왔다. 산북면 새마을지도자 협의회는 석봉들에 40명분 점심과 음료수 2상자 등을 지원했다. 역시 향토 출신인 (주)태영의 변 탁 사장은 하천 굴착을 돕겠다며 9일부터 굴삭기 1대를 보내 왔다.

산북면 '금산회'는 음료수 3상자, 가은읍 대동의원 박영진 원장은 100만원, 가은읍 개발위원회는 양수기 5대, 가은읍사무소 직원들은 양수기 2대, 전 가은농협장 김덕현씨는 양수기 5대를 양수 현장에 지원했다.

청송에서는 8일 레미콘 차들이 나서서 읍내 들의 논에 물을 대 주자 농민.공무원들이 박수를 치며 목이 터저라 함성을 질렀다. 이날 동국레미콘은 10대를 파견해 물 100t을 실어 날랐다. 윤경희(43) 대표는 "완전 해갈될 때까지 매일 200t씩 물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동아레미콘은 진보면 월전리 어무곡들에 매일 레미콘차 3대를 파견하고 있다.

청송농협 김영기(58) 조합장은 8일 청송읍 도치골 마을에 고압분무기 2대와 송수호스 250m 등을 사비로 사 전달했다. 청송새마을금고 윤성균 이사장도 이 마을에 고압 펌프 1대를 전했으며, 청송 양수건설처 손동희 처장은 파천면사무소에 고압피스톤 펌프 3대, 호스 2천500m 등을 전달하고 중장비 지원까지 약속했다.

농협 경북지역본부는 8일 가뭄으로 농작물 생육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영주.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 농가에 임직원들이 모은 성금 500만원을 가뭄극복 지원비로 전달했다.

또 이날 제주농협 임직원들은 가뭄극복 성금 220만원을,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경북도지회' 회원들은 100만원을 양수용 유류지원, 양수장비 구입비 명목으로 농협 경북지역본부에 건넸다.

◇철야 작업=8일 밤에는 안동시 예안면 태곡리 물뫼들에서는 공무원.농민 등 100여명이 참가해 횃불을 밝히고 물길 찾기에 비지땀을 흘렸다. 이 지역은 19ha의 논들이 메말라 있어, 물을 무려 4.5km나 운반해 공급했다.

영양읍 상원리 오개나들소.중소(沼) 일대에서는 영양읍 사무소 김근호(38) 담당 등 공무원 10여명이 내리쬐는 햇볕을 등에 지고 물길을 만드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다. 상수도 취수보가 말라 벌써 3단계째로 물길을 늘이고 있는 것. 지난달 29일부터 취수보에서 상류로 1.2km 떨어져 있는 선유굴소의 물 4천여t을 취수보로 보내기 위해 물길을 만들었으나, 그 물도 며칠 못가자 공무원들은 또 다시 2km 정도 더 떨어진 오개나들소까지 작업하기 시작했다. 또 이 물조차 줄어들자 지금은 중소까지 또다시 1km의 물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의성 최악의 한해 지구인 봉양면 삼산리 고산보(洑) 굴착 작업 현장에서는 한밤 중에도 물 구하기 작전이 계속됐다. 지원에 나선 사람들은 경찰관과 소방대원.군인 등. 횃불 아래 한줄로 늘어 선 30여명의 경찰관들은 폭 1m 남짓한 수로 안에 들어 가 삽질에 매달렸고, 조금 떨어져서는 공무원 50여명이 교대로 삽질했다.

북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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