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할인점 공세…슈퍼마켓.시장 '몰락'

수년전부터 대구시내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 할인점과 쇼핑몰의 '융탄폭격'으로 동네상권이 초토화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로 인해 동네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길거리로 나앉는 영세상인 급증으로 '동네경제 몰락'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시내에는 96년부터 대형 할인점 및 쇼핑몰이 들어서기 시작, 현재 17개가 각 상권의 거점지역을 점령했으며, 앞으로도 5곳이 더 들어설 전망이다.

99년 이마트 성서점이 개점하면서 달서구 이곡동과 장기동 일대 아파트단지의 경우, 1년만에 주변 9개 슈퍼마켓 가운데 6개가 문을 닫았으며, 남은 3개도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칠성종합시장은 97년에 홈플러스가 들어서면서 7천여명이던 상인들이 만 4년만에 5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

25년간 이 곳에서 잡화점을 운영했다는 전모(44.대구시 북구 고성동)씨는 "홈플러스가 들어선 뒤 매출이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며 "이젠 더이상 버틸 기력도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칠성종합시장 발전위원회 한 관계자는 "97년 대구시내 111개에 달하던 재래시장이 대형할인점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대도시장, 침산골목시장, 송라시장, 서부시장 등 50여개 재래시장들은 시장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5년후엔 20개 정도의 시장만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최대 상권을 자랑하던 서문시장도 97년 5천여개에 이르던 점포가 지금은 4천여개로 20%가량 감소했다.

대구슈퍼마켓협동조합에 따르면 97년 7천여개에 이르던 소규모 상점은 4년새 20%가 폐업을 했고, 30%는 매출이 급감해 도산직전에 놓여 있다는 것.

이같은 동네상권 몰락에 따라 대구슈퍼마켓협동조합은 8일 오후 대구경실련과 함께 '동네경제의 사회경제적 의미와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동네경제 살리기운동'에 들어갔다.

민영창 대구경실련 동네경제살리기운동 특별위원장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아무런 지원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동네경제는 무너질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를 방치할 경우, 서민층이 연쇄적으로 몰락하게 되고 나아가 동네의 황폐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할인점 불매운동을 벌이는 한편 할인점 셔틀버스 운행중단을 대구시에 공식 의뢰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골목상권 살리기 특별법 제정을 요구키로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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