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핵무기, 미사일 및 재래식 군사력에 대해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대화에 성의를 보인다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상호 보완하면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국내 합의와 한미동맹을 결속해야 할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그동안 실시해온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과 전쟁억지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시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부시의 안보팀은 1994년에 체결한 핵에 대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개선, 미사일의 개발 및 수출금지 및 재래식 군사력 감축에 대하여 북한과 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건설적 반응을 보인다면 미국은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서 노력하고 제재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도 전임 클린턴대통령이 시도했던 대북접근을 계속하겠다는 징조이다. 다만 그것을 이행하는 우선순위와 방법에서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부시는 대북 접근과정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달성할 전략적 목표, 즉 비확산과 전쟁억지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시는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이 약속했던 핵사찰을 조기실현하기를 원하며 북한과 재래식 병력감축을 협상의 중요한 의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부시는 협상과정에서도 북한이 합의한 것을 지키는지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계개선 노력에서도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왜 미국이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북한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것은 북한의 대미 및 대남정책 의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지 6년 이상이 지났고, 남북정상회담 1주년이 다가온 오늘도 북한은 여전히 세계 제4위의 방대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고, 대미 및 대남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예컨데 북한이 아직도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할 것인지 혹은 미군의 전쟁억지 및 동북아지역 안정 역할을 인정하고 남한과 영구적 평화장치를 논의할 것인지를 북한당국과 직접 대면해서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면 미국은 북한과 핵 및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고 한국은 북한과 재래식 군사력 감축을 협상하는 방향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바와 같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조화를 이루면서 핵과 미사일, 그리고 전쟁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미동맹도 강화될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지원과 정치적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서 보여준 전술적 변화를 넘어서 진실로 재래식 및 핵미사일 위협을 감소하겠다는 전략적 변화를 보인다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는 급진전될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선언에서 약속했던 서울답방을 이행해서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결여되었던 남북 군사긴장 완화조치를 행동으로 취할 때 가시화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북한당국이 금강산 육로관광계획에 합의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비무장지대에 군사긴장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한다면 북미 및 남북관계의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이 이번에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국내합의와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예컨데 북한상선의 영해침범에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북 및 남북관계가 실로 미묘한 단계에 처해 있는 이 때 국론이 분열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도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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