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주식투자 실패로 수천만원을 날린 김모씨(41.건설회사 직원)는 지난해 8월 유명 인터넷 증권사이트 게시판에서 솔깃한 글을 발견했다. 스스로 투자경력 10여년의 전업투자자라는 사람이 투자 자문을 해주겠으니 성공시 수익금의 10%를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 사람은 곧 '작전'(시세조종)에 들어갈 종목이라며 모 전기회사의 우선주를 추천했다. 차트를 보니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른 상황이었지만 이런저런 고도의 투자기법실력을 늘어놓는 그를 믿고 김씨는 빚까지 내 4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김씨에게 대박은 찾아오지 않았다. 김씨가 매수한 이후 이 종목은 급락하기 시작해 보름만에 반토막이 나 버렸다. 속았다는 생각에 그 사람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이미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특정 종목을 사놓고 인터넷 증권사이트에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집중 유도한 뒤 정작 자신은 고가에 매도하고 잠적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에 자신이 당했음을 알았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이들은 유명 증권사이트 게시판에 그럴싸한 주식투자기법 혹은 자신의 성공 투자 사례를 소개해 초보자들은 유인하거나 E-메일을 통해 '은밀한 제안'을 해오는 수법으로 초보 개인투자자들을 노리고 있다.
작전은 이른바 세력이라 불리는 '큰 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증권사이트의 일부 주식투자 동호회에서도 유통 물량이 적은 소형 종목에 대한 회원들의 집중 매매 및 계좌관리를 통해 시세조종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동호회가 벌이는 작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동호회에서는 운영진이 특정 종목을 선취매해 놓고 회원들의 집중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끌어 올린 뒤 정작 자신은 팔아 치워 물의를 빚는 일도 적지 않다.
900개의 투자동호회를 갖고 있는 국내 최대의 모 증권사이트에서는 이같은 수법으로 작전을 시도하던 3개의 동호회가 사이트 관리자에게 적발돼 폐쇄 조치되기도 했다.
이 사이트 관계자는 "불법적인 투자 자문을 하거나 특정 종목에 대한 회원들의 집중 매집 유도 등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면 일차적으로 경고한 뒤 시정되지 않으면 폐쇄 조치하고 있다"며 "불공정 행위 때문에 경고를 받는 동호회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한 허위 정보나 루머를 인터넷 게시판에 대량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처분하는 사례도 잦다. 또 사고자 하는 주식을 저가에 매집하기 위해 폭락을 조장하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글을 유포시키는 '역공작'도 성행하고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 특정 종목에 대한 허위정보를 679차례가 게재하는 수법으로 11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개인 투자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사이버 애널리스트 이선달씨는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실력을 쌓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에 세우는 길 밖에 없다"며 "대박이니 황제주 운운하며 투자자를 유혹하는 이들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