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파업, 명분도 시기도 안맞다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돌입은 결론부터 얘기하면 시의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전국민이 지금 극심한 가뭄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는 마당에 민심을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고 위축된 우리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란과 상당수 국민들이 파업자제를 당부했는데도 이런 상황에 직면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노사가 12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작년 10월에 이어 두번째 파업에 들어갔고 아시아나 항공도 무더기 결항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항공대란'으로 국민불편은 물론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가이미지 실추 등 사회파장을 감수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노동자들의 파업돌입은 법으로 정한 권리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명분상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파업의 쟁점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차별철폐, 주5일 근무제도입 등 근로조건 관련 요구는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동현안과 관계없는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국회통과 주장은 노동계 사안에 정치논리를 접목시킨 일종의 연계투쟁으로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한다. 이번 파업이 정치투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민주노총은 유념해야 한다.민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주5일 근무제나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은 엄밀하게 보면 노사정 위원회에서 합의해야 하는 사항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석을 거부한 상태다. 개별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이나 임금인상 등을 다룰 임.단협에 정책기획 단계의 의제를 내놓는 것은 명분 축적이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상급노조단체나 경총 등에서 기업별 노사관계에 대한 사항을 다루면 양쪽 모두 강도 높은 투쟁으로 일관할 수도 있어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되돌아 봐야 한다.

정부는 늘 쟁의행위에 대해 '합법 보장, 불법 필벌'이라는 원칙을 되풀이 하고는 있다. 그러나 일관된 행정수행은 아니라는 인상이 짙다. 말로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노.사 모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하는 원칙을 고수할 일이다. 정치상황에 따라 '필벌'이 흐지부지되면 국민들의 무질서를 조장하는 꼴이 아닌가. 불법파업은 안된다. 물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도 노동자에게 적용한 잣대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이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앞으로 쟁의 행위에 들어갈 사업장은 자제하는 것도 또다른 '성취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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