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뇌살 빼기

우리 사회가 온통 '빼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하면 불티나게 팔린다. 빼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검정콩, 뽕나무 가지, 톳, 녹차, 초마늘, 두충차, 호박, 요구르트, 건빵, 미역, 우유, 고추 등이 빼는데 쓰인다. 옥주현식, 옥소리식, 홍리나식, 이혜은식에 신디 클로포드식, 샤론 스톤식, 루치아노 파바로티식 빼는 방법도 있다. 혈액형, 한방, 목욕, 기공, 별자리를 이용한 빼기도 각광받는다. 빼는데 특효라면 바퀴벌레라도 잡아먹을 기세다.

빼는 데 성공한 사람은 매스컴의 각광을 한 몸에 받는다. 예전에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 독학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고생담 앞에서 감탄하고 숙연해 했다. 이제는 힘든 여건 속에서 백방으로 빼는데 성공한 사람들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빼는데 들인 초인적 노력과 인내 앞에 우리는 '와' '우'를 연발한다. 반면 빼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실패담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시행착오 앞에서 또 우리는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고 재도전의 힘찬 의지를 다진다. 가장 최근에는 뺀 방법이 무엇이냐를 놓고 도덕성 시비와 함께 쌍방 고소로 이어져 빼는데 골몰하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몸에 붙은 쓸데없는 살을 빼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온갖 병의 근원이 비만이라니 당연히 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병을 불러일으키는 몸의 살처럼 우리 머리, 즉 정신에 덕지덕지 붙어 만병을 야기하는 뇌의 군살은 어떠한가?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에 노출되어 알 필요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머리 속에 저장함으로써 발생하는 뇌의 비만이 정작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몸에 붙은 살은 볼 수나 있지만 머리 속에 가득 찬 살은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사람들의 머리 속을 비워 날씬하게 해주는 '뇌살 다이어트'가 각광받고 뇌의 군살을 빼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주목받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몸살 빼기에 실패해 실의에 빠진 분들은 뇌살 빼기에라도 성공하시길….

동양대 경영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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