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 온 이 화두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늘 우리의 참담한 현실, 이 절망의 정치와 나락의 경제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오로지 우리가 못난 탓인가.
아니면 우리 겨레의 운명을 이토록 옥죄어 온 바깥의 다른 힘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 자기땅에 살면서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결정짓지 못하도록 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약성서에서 모세가 애굽제국의 폭력과 착취에 시달리던 히브리 백성을 이끌고 탈출을 시도했던 '출애굽'이라도 재현해야 하는 것인가. 역사는 말한다. 모세와 히브리 백성이 그랬던 것처럼 제국의 노예신분이 주었던 예속적 안정을 거부하고 참된 자유를 추구하는데는 혹독한 시련이 뒤따른다고.
그러나 그같은 결연한 의지가 없다면 강자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삶이 언제라도 발가벗겨지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의 출애굽은….?재미 언론인이자 목회자인 김민웅씨가 출간한 '보이지 않은 식민지'(삼인)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식민정책에 대한 '출애굽'을 제시하고 있다. 망망대해 거센 풍파앞에 떠있는 조각난 쪽배같은 조국의 현실을 보며 이제는 고급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민족적 자존과 겨레의 공동체적 삶을 다시 일궜으면 하는 그의 절절한 기도가 담겨있다.
'신자유주의와 IMF 관리체제의 모순'·'DJ노믹스의 예정된 실패'·'자주와 민족공조의 남북공동 국제전략'·'대미의존의 역사'·'신자유주의적 식민정책에 대한 저항과 대안' 등이 그가 내세운 주요 논제들이다.
그렇다면 양심있는 미국 언론인이 본 미국과 미국사회는 어떨까. 미국의 저명한 방송 저널리스트 빌 오릴리(Bill O'Reilly)가 쓴 '좋은 미국, 나쁜 미국, 멍청한 미국'(손희승 옮김·서울문학사)에 그 답이 담겨있다.
에미상 보도부문 최고상을 두차례나 거머쥔 스타 저널리스트가 기고만장한 미국의 오만에 비수를 들이댔다. 미국의 위선과 부도덕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 미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기득권자들의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돋보인다.
계급·돈·섹스·대중매체·약물과 술·인종·종교…. 미국인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항력을 행사하는 그런 요소들의 왜곡과 위선. 부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를 영속화하려는 집단의 이기심이 보다 많은 미국인들의 평등과 바다건너 힘없는 나라 민중들의 자존마저 훼손시키고 있지 않은가.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썼다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비판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행간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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