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디자인의 문화적 가치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창조주가 만들었다. 최초이자 영원한 디자이너인 창조주가 인간과 자연을 디자인한 이후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에 무명, 유명 디자이너들의 끊임없는 노력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세계의 질서는 디자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이란 인간이 어떤 의미있는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재배열한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사물의 시각화를 나타내는 작은 개념으로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정신적, 물리적 욕구를 보다 구체적인 사물로 만들어 사회환경에 적응시켜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오직 디자이너 한 사람의 창작활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활속에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통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예술, 과학, 공학, 인문사회학등의 단단한 기초를 필요로 하는 통합적인 속성을 갖고 있는 실용학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역사는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생활 자체가 '디자인'이요 여기서 파생되어지는 문화적 산물 또한 '디자인'이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현대는 '생활과 디자인'이니 '문화와 디자인'이니 하는 등의 두개념 융합들은 오히려 서로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될 정도로 필수불가분의 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겠다. 다시말해 생활속에서 항상 디자인을 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행위이기 때문인 것이다디자인 행위는 곧 문화창조의 행위이며 좋은 디자인의 생산이야말로 좋은 생활문화창조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디자인 행위자이자 생산자인 디자이너와 기업들은 좋은 디자인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

또한 일반대중들도 그들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찮은 이미지(디자인 결과물) 조각하나의 디자인일지라도 그저 무관심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이를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본다. 디자인의 문화적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될 때 좋은 디자인은 생산활동이 활발해 질 것이고 이에 따른 생활문화의 질적 향상도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본다.

산업혁명이후 본격적인 대량생산 체제가 있은 후 차츰 사용자의 욕구충족으로 인한 소량다품종의 생산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의 시대로 접어 들면서 정착된 요즘의 디자인은 산업경쟁력 및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그것이 가지는 창의적인 힘으로 인해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물론 현대에와서 새로운 사용자 욕구의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기존 제품(상품)의 의도덕 폐기, 필요불급한 말초적 소비재의 생산 등에 디자이너는 아무런 반항없이 일조한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디자인이 있는 사회'란 후일 사치와 과소비, 과시욕과 허영심을 자극하여 물질의 귀중함이나 가치를 가볍게 생각게 하는 상술의 시녀가 되어 단순한 말초적 감각만을 만족시키는데 급급한 소비지향적 자본주의 사회를 일컫는말로 평가절하 되는 역기능의 역할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의 행위와 생활에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는 인간 행위들의 본질이며, 디자인 행위는 어떤 특수한 외적조건의 변화에 관계없이 인간행위가 있는 곳에는 늘 존재해 왔다.

실로 인간은 디자인의 본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구나 디자이너인 셈이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며, 인간의 정신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문화의식의 표상이다. 배성일(경운대교수.산업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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