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일본을 찾은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은 그처럼 열망했던 '후지'산(山)관광이 비 때문에 무산돼 버리자 매우 언짢아 했다.
▲모처럼 귀인을 맞아 극진한 예우를 아끼지 않았던 일본측은 여왕의 불편한 심기에 전전긍긍-. 이때 나선 사람이 전후 일본 재건의 주역이었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총리 대신. 그가 나서서 "천하 제일의 후지산도 모처럼 찾아오신 재색 겸비한 여왕님의 높은 덕망 앞에는 부끄러워 어쩔줄 모른채 비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어 버렸군요"라 재치를 부리자 여왕은 파안대소-장내는 화기애애 해졌다던가.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재임시절 조국 프랑스의 영광을 찾기위해서는 민족 정기를 고양하는 것만이 '대통령의 할일'이라고 다짐할만큼 콧대 높은 이상주의자였다. 이러한 드골에게 '사토' 일본총리가 일제 트랜지스터라디오 수출 문제를 꺼내자 드골 왈 "경제 문제는 퐁피두 총리와 대화 하시죠". 소위 세일즈외교를 한바탕 벌이려던 사토는 이 한마디에 기가 눌려 말 한번 제대로 못했었던 것. 이밖에도 로마의 카이사르라든가 대영제국 시절 디즈레일리 같은 명재상들의 보석같은 발언 등등 정치지도자들의 명언은 시공을 초월. 우리를 감동시키고 때로는 즐겁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 부시 대통령을 아무래도 세계적 지도자로서는 동떨어지는 것만 같다. 부시는 지난 3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을 '이사람'(this man)이라 지칭 논란을 일으킨외에도 틈만 나면 말 실수를 연발. 참모들을 쩔쩔 매게하는 케이스다. 피스키퍼(평화유지군)를 페이스메이커(마라톤 용어)라 하지않나 감세안을 설명하면서 밀리언(100만)과 빌리언(10억)달러를 번번이 바꾸어쓰지않나…..
▲이런 처지의 부시가 이번에는 스페인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어 실력을 뽐내려다 망신을 당했다. 아스나르 스페인총리 이름을 틀리게 발음했나하면 명사와 정관사가 틀리고 또 단어의 악센트를 여러차례 틀렸다. 이쯤되자 평소 점잖기로 소문난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콘돌리자 라이스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에게 라이스(rice)로 발음해 "부에노스 디아스, 아로스"(안녕하세요 쌀씨)라고 앙갚음 했다는 것이다. 부시가 평소에도 하도 자주 틀리는 통에 대통령 후보시절 보좌진들이 '원고 내용에서 자주 빗나감'이라는 경고문을 연설문 꼭대기에 써둘 정도였다. 어쨌든 부시에게서는 최강국 지도자가 가지고 있음직한 재치와 인간과 문화에대한 이해 보다는 텍사스의 카우보이같은 투박함을 느끼게 된다. 혹시 카우보이의 세계지배라면…. 어쩐지 약소국민들의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만 같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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