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라는 재난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건전성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는 큰 계기를 만들고 있다.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갖가지 부족한 점과 병폐가 곪아 터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한해를 계기로 시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에 꿀릴 것 없는 아름다운 함께 살기의 미덕을 다시 한번 발휘함으로써 희망의 빛을 되비추고 있다.
◇잇따르는 식수 지원=식수 부족이 심각하자 곳곳에서 먹는 물 보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급식을 중단했던 영양중고교 및 중앙초교는 일월산 공군부대의 급수로 지난 11일 급식을 재개했다. 공군은 입암정수장 물을 매일 13t, 9t씩 공급하고 있다.
경북도 새마을운동 지도자회는 성금을 모아 12일 오전 29t의 생수(1천600만원 상당)를 가뭄지역에 전달했다. 이 모임은 지난 8일에도 1.5ℓ들이 생수 2만여병을 영양군 일대 농민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청송군 새마을지회는 영양군에 '사랑의 물' 3t을 보냈다. 해태음료 서대구센터 김기석(37) 소장은 11일 2ℓ들이 생수 2천여병을 영양여중고.입암초교 및 중학교에 전달했다.
담배인삼공사 청송.영양지점은 지난 7일부터 하루 10여t의 식수를 영양읍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새마을운동 경북지부의 시군별 지회는 12일 1t트럭 32대분의 생수(660만원)를 영양지역 읍면에 지원했다. 의성JC는 생수 1천600상자(1천200만원)를 제한급수 가정에 전했다.
◇서울서까지 달려 오고=서울 강남구는 자매결연한 영주시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는 깊은 우물용 수중 모터펌프 6대, 45kw짜리 발전기 3대, 100mm용 일반 펌프 5대를 지난 11일 영주에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장비를 가동할 전문인력 4명까지 파견했다.
도착 직후 이들은 곧바로 내성천 굴착에 착수하고 고개 너머 있는 평은면 오운리 논까지 5.6km나 되는 송수관을 가설, 물을 퍼 올림으로써 6ha의 논이 목을 축였다. 또 서천도 굴착해 1.2km 떨어진 문수면 만방리 주누리골까지 물을 실어 날랐다. 강남구청 이광세 치수과장은 "비가 올 때까지 이곳에 머물며 돕겠다"고 했다.이런 한편 고향을 떠나 살던 사람들도 속속 고향을 돕겠다며 힘을 보태고 있다. 군위 출신 부산 향우회 이윤희(63).김남학(57)씨는 고향의 가뭄 소식을 듣고 양수장비 15조(양수기.모터.호스, 200만원)를 군위군청에 기탁했다. 서울 크라운출판사 이상원 대표이사는 12일 고향인 문경에 들렀다가 0.5마력 짜리 양수기 20대를 사 가뭄이 심한 읍면에 나눠 주고 갔다.
대구의 영양향우회는 100만원을 모아 고향군청에 전달했다. 포항향우회는 2.5t짜리 물탱크 6개를 영양군청에 전달했다.
◇레미콘차.분뇨차도 동원=영주의 현대.고려.대창.삼영 등 4개 레미콘 회사, 영주국도사무소 및 5호선 국도 확장공사 업체 청토산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레미콘차와 살수차를 파견해 장수면 두전리 가래들 등에 물을 실어다 주고 있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은 한해가 심한 김천시 어모면 옥계리 들에 하루 7t씩의 공장 처리수를 13일부터 지원하고 있다. 이 들에는 김천시내 김천.황악.세일.영남 등 4개 레미콘 회사 차량 5대씩도 매일 투입돼 13일부터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군위 신진레미콘에서도 12일부터 차 2대를 파견, 해갈될 때까지 매일 논밭에 물을 공급키로 하고 이날 소보면 서경리의 논 3천여평에 물을 공급했다. 동아레미콘 영양공장 이성희씨는 11일부터 레미콘차 6대를 보내 하루 150t 가량의 물을 영양지역 논밭에 공급하고 있다. 점촌 미래환경 고학림씨는 분뇨차로 산북면 석봉리 논 2천400평과 과수원 1천평에 물주기를 돕고 있다.
삼성레미콘은 12일 레미콘차 2대를 의성군 비안면 용남들에 지원했고, 상경레미콘은 의성읍 중리3동 2천여평의 논에 물을 실어 날랐다. 동남레미콘은 레미콘차 3대를 의성군 비안면 용남들에 보내 물을 실어 날랐다.
이런 가운데 우유차.분뇨차에 이어 이제는 유조차까지 가뭄 현장으로 나섰다. 석유 일반판매소 협회 대구 서구회는 12일부터 3일간 안동지역 가뭄피해 농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석유판매 탱크로리 14대를 파견했다. 탱크로리들은 이날 새벽부터 도산면.예안면에 각각 7대씩 배정돼 대당 1회 3천t씩 총 25만여t의 물을 공급했다.
탱크로리들은 농업용수에 기름이 섞일까 봐 탱크를 말끔히 세척했으며, 총괄 지휘를 맡은 조현희 서구회장은 "이렇게나마 거들자고 회원들이 중지를 모았다"고 했다.
◇이 굴삭기 쓰세요=하천 바닥을 파 낼 수 있도록 굴삭기를 내 놓는 사람도 적잖다. 육군 3260부대 4대대는 굴삭기 1대를 파견하고 장병 150명은 봉화군 물야면 오록3리 너다리에 보내 논 5.5ha의 모내기를 맡아 했다.
칠곡 가산농협도 굴삭기를 지원했으며, 군위에서는 백송건설 김하영(49) 대표가 굴삭기 1대를 의흥면에 지원해 해갈 때까지 사용토록 했다. 이순원(47) 대구사과연구소장은 소보면에 3일간 굴삭기를 지원했다. 한국개발은 문경시 농암면 갈동리에 굴삭기 1대를 지원했다.
◇양수기.호스.연료 사 들고 동참=예천 풍양면 삼한적벽돌 한삼화(56) 대표는 12일 예천군청에 읍면당 한 대씩 총 12대의 양수기 12대(500만원)를 전달 했다. 봉화 신아건설 이창익 대표는 PE관 1천m(100만원)를 봉화군청에 기탁했다.
울진 기성농협은 전직원을 250여 농가에 파견, 양수기용 경유 20ℓ씩을 전달했다. 칠곡 동명농협은 12일 양수기 2대와 호스 3천m, 지천농협은 기름 2천600ℓ을 지원했다. 군위농협 이희백 소보지소장은 양수호스 1천400m를 군위군청에 전달했다.세계산업 오정호씨와 영양로타리클럽, 진지건설 김용이씨 등은 영양지역 가뭄 농가들을 위해 100만원씩을 내놨다. 달성의 거송기계 변호진씨는 양수기 20대를 영양군청에 기증했다. 제일생명 영양영업소는 생수 100통, 영덕 우렁쉥이협회 박두칠씨는 물탱크 5개를 이곳에 기증했다. 문경 가은읍 중앙의원 박우진 원장은 50만원, 가은 바르게살기 위원들은 30만원을 가은읍사무소에 맡겼다.
◇기관 단체들 열성=육군 201특공여단 3대대 장병 240여명은 영양군 일월면 도계리.가곡리, 청기면 당리 등의 고추밭.담배밭에 등짐분무기로 물을 줬다. 영양경찰서는 경찰인력 5명과 차를 파견해 일월면 도계리 논 3천평에 12t의 물을 공급했다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는 플라스틱 물통 5개를 사 농암면 화산2리 19가구에 식수를 공급해 주고 있다. 육군 50사단 문경대대는 가은읍 영강, 산북면 이곡천 등에서 굴삭기로 간이 용수원 만들기를 도왔다.
문경시 의사회는 산북면에 펌프.호스 등을, 대구은행 문경지점은 산북면 내화들에 양수기 등을 전했다. 문경교육청 직원들도 23만5천원을 모아 호스를 사 5단계 양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마성면 하내리에, 문경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는 호스 20만원 어치를 동로면 인곡1리에 전했다. 육군 3260부대는 의성군 비안면 용남들에 물차를 지원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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