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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사랑으로 짓는 집

오지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현대판 슈바이처의 소식을 듣기도 하고, 철거민과 노동자 등 소외 계층을 위해 투쟁하는 인권 변호사를 가끔 보기도 한다. 그러나 영세민 무주택 가정과 재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집을 설계해 주거나 지어 주는 봉사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부지가 확보되어야 하고 설계와 감리, 인.허가, 건설 등 많은 시간과 인력, 돈이 들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지만으로는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세민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세계적인 운동인 '사랑의 집짓기운동(Habitat For Humanity)'은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뛰어넘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운동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몸으로 실천하는 인도주의 운동이요, 공동체 회복운동이다.

20대 후반의 나이로 백만장자가 된 미국의 변호사 밀러드 풀러 부부는 물질만 추구하는 의미 없는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진정한 삶, 나 아닌 우리를 위한 삶을 살고자 전 재산을 헌정, 가난한 사람들에게 안정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한 집을 지어주는 사역을 자청했다. 그의 이같은 노력이 모태가 되어 1976년 세계 해비타트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76개국에서 10만채 이상의 집이 세워졌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 인사와 대기업들의 후원으로 확산됐다. 국내서도 1992년 공식기구로 발족, 전국 7개 지회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집짓기 운동을 펴고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자원 봉사단장인 'Jimmy Carter Work Project(JCWP)'는 해마다 전세계를 돌며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데, 오는 8월에는 카터와 각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방한, 땀을 흘리게 된다. 현재 경산 남천면 '사랑의 마을'과 대구 용계동에서 봉사자들이 'JCWP 2001'사업에 땀흘리고 있다.

모두가 어려운 때다. 하지만 이 말은 한번쯤 새겨두자. '나눔과 사랑으로 짓는 집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마음의 집으로 남게 될 것이다'.

건축가.경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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