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여성 호칭 바뀔때도 됐는데...

"남녀 구분을 해서 호칭을 정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남자 직원들은 거의 쫛쫛주사로 통한다. 여직원들의 경우 쫛쫛쫛씨도 좋고 쫛쫛쫛여사도 좋겠지만 쫛쫛쫛주사가 제일 좋지 않을까".(아이디 남순이)

"호칭만 달라진다고 남자 직원들 생각이 달라진다고 단정한다면 오산이다. 마지못해 호칭을 바꿔서 불러준다면 얼마나 우스운 모습이겠는가. 그냥 생각대로 편하게 불러달라".(아이디 상담가)

"직함과 성별, 나이에 구분없이 쫛쫛쫛선생님으로 통일하는 게 어떤지".(아이디 만족이)

지난달말 경북도청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는 여성 직원들에 대한 호칭 문제를 놓고 남녀간은 물론 동성(同性)끼리도 격론을 벌였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발간된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소식지 '경북여성'. 이 소식지는 여성공무원들이 남성공무원들로부터 흔히 듣는 '~양', '~여사'란 호칭의 성(性) 차별적 요소를 지적하고 남녀 모두에게 이름 뒤에 직급을 붙이거나 직급이 없는 경우 '~씨'로 부를 것을 제안, 경북도 공무원들 사이에 호칭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4일 정례조회를 통해 여성 공무원들을 부를 때 '~양'이나 '~여사' 등의 호칭을 쓰지말고 직급이나 '~씨'로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입에 붙은 호칭이 도지사의 말 한 마디로 쉽게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 그러나 경북도는 시·군에 공문을 보낸데 이어 여성계와 연계, 회의나 교육 등을 통해 호칭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연구원 최외선 원장은 "호칭은 단순히 상대를 부르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생산적이고 남녀 평등한 직장문화를 만드는 차원에서 호칭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장내 성차별적 호칭이 남녀평등 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여성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나 직장이 여전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호칭문제에 관한 여성 직장인들의 불만을 들어봤다.

"결혼하기 전엔 '이양'으로 불리다 결혼한 뒤엔 '이여사'로 호칭이 바뀌었죠. 그렇다면 미혼 남성 직원에겐 왜 '~군'이라고 부르지 않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5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모(30)씨. 여성공무원에 대한 호칭에 늘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동료간에 얼굴 붉히는 것도 꺼려지고 또 '좋은게 좋다'는 생각에 지금껏 내놓고 따져 본 적은 없지만 호칭문제로 기분이 언짢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대기업 대리인 박모(34)씨는 남성 상사나 남성 동료로부터 '박대리'란 호칭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냥 '박여사', '박쫛쫛씨'란 호칭이 귀에 익었다. '~주임', '~대리'로 호칭되는 동료 남성들에 비해 자신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단다. 후배 여직원들이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대리란 호칭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대세'를 뒤엎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소기업에서 경리를 맡고 있는 윤모(27)씨는 대리직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직장에선 그냥 '윤양'으로 통한다. 직장 상사들에게 대리란 직급을 부르기 어색하다면 '~씨'라고 불러달라 했지만 그때 뿐이다. 지난해 겨울,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남학생이 자신을 '윤양 누나'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일까지 벌어졌다.

공무원 이모(39)씨의 말은 대부분 남성들의 공감을 얻을 듯하다.

"여성 동료에 대해 '~양'이나 '~여사'란 호칭이 적절치 않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습관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말을 고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죠. 특히 마땅히 부를 직급이 없는 나이 많은 여성 직원에겐 '~씨'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고민입니다".

조송미현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소기업 등 규모가 작은 직장일수록 남녀차별적인 호칭이 사용되고 있다"며 "일상화된 호칭을 개선하기 위해선 직장 내 윗사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며 여성들의 꾸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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