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하천 골재 채취가 가뭄 피해를 악화시킨 것으로 지탄받고 있다. 얼마 안되는 모래.자갈값 수입만 중요시하다 정작 큰 피해를 냈다는 것.
그렇지만 가뭄이 극심한 지난 12일에도 안동에서는 길안천.안동대교.옥수교 인근 등 세 곳에서 골재 채취가 한창이었다. 긁어 내는 굴삭기, 덤프에 퍼다 싣는 페이로더 등 중장비 소리도 요란했다. 덤프트럭은 꼬리를 물고 분주히 움직였다.
t당 모래 5천200원, 자갈 5천600원. 별다른 세원이 없는 시청.군청들로서는 골재라도 팔아야 수입이 생길 터이지만, 무리한 골재 채취는 강바닥을 낮추고 엄청난 면적의 강변 농지에 환경 변화를 초래해 상습 한해지역을 넓힌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강바닥 낮아진 뒤 논밭 메말라=안동댐.임하댐에 막혀 상류 모래.자갈의 유입이 끊긴 안동 구간 낙동강에서의 마구잡이 골재 채취는 강 주변 농경지의 가뭄 피해를 키운 대표적 경우. 이 구간 강바닥은 원래 주변 농경지보다 높은 천정천 형태였으나, 골재 채취로 급격히 낮아진 뒤 물이 빨려 나가면서 주변 농경지가 말라 버렸다.
임하면 천전.신덕리, 남선면 신석리, 안동 수상.수하동, 풍산읍 수곡.수리, 풍천면 기산리 등 댐 하류 지역 및 반변천변 농민들은 이때문에 매년 안동시청과 수자원공사에 가뭄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리한 골재 채취 이후 발생한 갈등.
안동시청이 지난 10년간 민수용으로 퍼낸 모래.자갈 등 골재는 무려 650만여㎥. 관수용.제방축조용까지 합하면 700만여㎥에 이른다. 8t 덤프트럭 140만대 분량이다.
10여년간의 마구잡이식 골재 채취는 평균 강폭 300여m인 낙동강 본류 24km 구간의 강 바닥을 평균 1m씩이나 낮춰 놨다. 장비 임차료를 제하고 이로써 벌어들인 골재 수입은 안동시청 103억여원, 경북도청 36억여원 정도. 이 돈을 벌기 위해 무려 1천여만평에 이르는 강변 옥토의 물을 고갈시켜 비옥했던 농지를 척박하게 만든 것이다.
◇암반만 남은 벌거숭이 하천 바닥들=영천은 1980년대 초중반 금호강 및 신녕천.고현천 등 주요하천의 골재를 마구 채취해 하천바닥 대부분이 암반을 드러내고 있다. 바닥이 이렇다 보니 물이 고이지 못해 가뭄 때마다 하천 물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영천 상수원인 신녕천 상류는 이때문에 인근 밭작물에 피해가 생기는 것은 물론 식수 공급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군위 의흥면 읍내리 하천도 골재 채취 이후 강바닥을 드러냈다. 이 마을 김윤석(51)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하천이 말라붙는 일은 없었으나 연안 개발사업으로 제방을 축조할 때 하천골재를 끌어다 쓴 후 하천바닥이 낮아졌다"며, 그 결과 유속이 빨라져 골재들이 하류로 휩쓸려 가 버렸다고 했다.
군위군청 손경태 건설과장은 "하천에 골재가 없어진 것은 제방 축조 때문"이라며, "홍수 피해를 줄이려다 가뭄 문제를 발생시킨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소(沼)가 없어져 또다른 문제=영양지역 15개 양수장 대부분은 하천에 형성된 소에서 물을 퍼 올리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골재를 긁어낸 뒤 소의 물이 고갈돼 양수장 가동마저 중단하는가 하면, 물을 찾아 양수관을 늘려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하천변에선 작년에 대규모 골재 채취가 이뤄진 뒤 인근 소가 사라져 흥구들 양수장이 가동되지 못하자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농민들은 석보면 화매지 물을 인공 보에 담은 뒤 이를 3단 양수해 소에 되보냈고, 이 물을 양수기로 또다시 퍼올려 겨우 모내기를 마치게 됐다.
주민 권정훈(57)씨는 "강바닥이 낮아지며 물길이 급해져 자연소를 없애 버린다"며 "앞으로도 가뭄만 들면 양수장 가동이 다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인근 산해리 후평들 양수장 소도 하류에서 벌어진 골재 채취작업 탓에 물이 갑자기 줄어들어 농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농민들은 "소 바로 아래에서 골재를 채취하며 하상이 낮아진 탓에 소에 고여있던 물이 빨려 나갔다"며, "올 장마 때 큰 물이 지나가면 소 자체까지 사라질 경우 내년부터는 양수기 가동마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 마을 권원기(52)씨는 "골재 채취 일주일만에 수위가 1m 이상 낮아졌다"고 했으며, 후평들 수리시설을 관리하는 김기일(61)씨는 "없어지는 소를 대신해 군청에서 보를 만들어 주든지 대책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골재 채취가 소 매몰 유발키도=농지개량조합(현 농기공)이 1968년 당시에 무려 30억여원을 들여 만든 안동 풍천면 하회리 풍강양수장도 골재 채취 때문에 소가 피해를 입었다.
준공 당시부터 물이 풍부한 낙동강의 이 소를 집수장으로 써 왔으나, 골재 채취가 있고 난 1994년부터 모래가 밀려들며 메꿔지고 있는 것. 이때문에 매년 준설비용으로 1천만여원씩을 쏟아붓고 있고, 물 확보가 신통찮게 되자 시간당 4t씩 농업용수를 퍼올리던 양수능력이 떨어져 이번 가뭄에도 완전가동을 못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골재 채취가 1천711ha에 이르는 수리안전답을 반(半) 천수답 신세로 전락시킨 것.
골재 채취로 인한 피해는 낙동강 거의 전구간에서 발생, 안동시 풍천면 중리 최재규(38)씨는 "안동댐에서 30여km 떨어진 하류 지점 강바닥은 거의가 2m 정도 낮아져, 풍천교 다릿발 기초가 완전히 드러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물이 풍부해 이름까지 풍천(豊川)인 이곳에 가뭄이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라고 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군위.정창구기자 j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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