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Global Prism-미 언론 '맥베이 특수'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인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33)가 11일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의 망령은 아직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맥베이는 1995년 차량 폭탄으로 오클라호마주 연방청사를 폭파해 168명을 숨지게 하고도 반성과 참회의 빛을 전혀 보이지 않아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악마'로 저주받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신비스러운 인물로 비쳐지고 있다.

맥베이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거대한 음모론'이다. 맥베이에게 밝혀지지 않은 다른 공범이 있으나 진실이 너무 충격적인 것이기 때문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묻어뒀다는 것이 가장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는 음모론의 실체. 또 정부가 테러처벌 강화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폭탄테러를 직접 계획했거나 이를 사전에 알고도 방치했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맥베이는 국가전복단체의 사주를 받아 테러를 감행한 조직의 말단에 불과하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는 그럴듯한 추측도 나돌고 있다. 맥베이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다분히 '할리우드식 상상력'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할리우드식 상상력에 불을 지핀 것은 상업주의적 성향이 짙은 언론때문이다. 일부 언론들은 맥베이를 정치적 신념을 가진 순교자인 양 미화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추측기사를 남발했다. '맥베이 광풍'은 급기야 백악관까지 확산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이한 '맥베이 광풍'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킹목사, 케네디 전대통령 암살사건 처럼 맥베이 사건역시 거대한 음모속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데이비드 우더드(33)란 작곡가는 맥베이를 위해 12분짜리 트럼펫 진혼곡을 바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맥베이를 우상화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맥베이 사건에 대한 미언론의 태도는 '사건의 본질적 접근'이나 '정의의 실현' 이라는 본연적 입장보다는 인간의 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상업주의로 일관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 방송과 신문사들이 '맥베이 특수(特需)'로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마 돈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는 미국의 할리우드는 유가족들의 슬픔과 한을 뒤로 한채 '맥베이 영화' 만들기를 벌써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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