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13일 가뭄 현장 방문차 영덕을 다녀갔다. 그러나 가뭄 때문에 왔는지, 교육계 인사 면담이 목적이었는지 쉽게 구분이 안갔다.
한 부총리는 당초 포항공항에 내려 영덕으로 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항공사 노조 파업으로 대구공항에 내렸고, 도승회 경북 도교육감이 마중하고 수행했다. 영덕 오는 도중에는 포항의 한 호텔에서 현지 교육장 등 교육계 인사들과 점심을 먹었다.
가뭄 현장인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구평들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오후 3시. 김우연 영덕군수로부터 10여분간 가뭄 현황을 보고 받은 뒤 인사말을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 군이 가뭄 극복에 노력하는데 대해 감사…" "군수가 건의한 것은 농림부 장관에게 전하겠고…". 가뭄은 소관이 아니라는 태도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교육책임자 답게 교장선생님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현장에는 교장선생님은 한 사람도 없었다. 참석자들은 "여기서 웬 교장선생님 이야기냐?"며 어리둥절해 했다. 뿐만 아니라 인사말을 마친 뒤에는 옆에 있던 도 교육감에게 마이크를 넘겨 인사를 하도록 했다.
'의전'이 끝나자 한 부총리는 농협이 기증한 양수기 한 대와 금일봉을 김 군수에게 줬다. 그것이 현장 방문 일정의 끝이었다.
가뭄 현장인 인근 논밭에 가보기는커녕, 어느 농민 한사람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은 채 20분만에 승용차에 다시 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교육감을 동승시켰다. 농민들이 한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 바쁜 분이 20분간 가뭄 보고나 받고 가려고 이곳까지 왔느냐". 한 농민이 투덜댔다.
부총리가 떠나자, 농민들이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던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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