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대구시 중구에서 내과의원을 연 ㄱ씨. 약국 2층 건물에 개원하면서 월세없이 보증금만 냈다. 수천만원이 드는 실내 인테리어도 건물 주인인 약국에서 무료로 해 주었다. ㄱ씨는 주변으로부터 '약국이 무료로 만들어 준 병원에 몸만 들어가 개원을 했다'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의약분업이후 약국들이 주변에 병·의원이 없으면 문을 닫을 처지에 빠지자 동일건물 또는 인근에 동네의원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의약분업후 병·의원 주변으로 진출한 일부 문전약국들이 처방전을 독식하자 동네 약국들이 임대료 깎아주기, 인테리어 무료 설치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같은 건물내 '의원 모시기' 경쟁을 벌이면서 빚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한때 이름을 날렸던 ㄴ약국은 최근 2층에 건물을 올려 동네 의원을 입주시켰다. 이 약국은 "근처에 대형 종합병원이 있지만 환자들이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만 이용하고 있어 궁여지책으로 같은 건물에 동네의원을 유치했다"며 "확실한 처방전 수입의 대가로 임대료는 대폭 내렸다"고 귀띔했다.
대구 서구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한 약사는 최근 자기 건물 2층의 세입자를 내보내고 대신 소아과를 '파격적 전세조건'으로 유치한 뒤 하루 평균 90건의 처방전을 받아 그런대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구 중구의 ㄷ약국도 인테리어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조건을 걸고 동네의원 유치에 나섰다. 건물에 3개의 동네의원이 있지만 처방전이 많지 않은 외과계열이어서 1층에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내과 계열의 의원을 찾고 있다. 건물 주인은 "처방전이 많이 나온다면 임대료는 받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의사와 약사들은 "의약분업으로 병원과 약국은 붙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공생(共生)'관계가 된 만큼 약국의 의원모시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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