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실업자 70~73년생 '우린 어떡해요'

"졸업 당시에는 구인 업체가 없었고, 채용이 되살아 나니 나이가 많다 하고… 도대체 우린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학 졸업 5년째인 포항의 오모(31·용흥동)씨는 아직도 취업준비 책을 들고 도서관에서 씨름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해도 괜찮은 직장을 구하기 힘드리라는 것을 오씨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청년 실업'의 주 연령층인 1970∼72년생에 속하기 때문. 그래서 이 세대는 스스로를 '297세대' '부랑인 학번'이라 자조하기도 한다. 20대, 1990∼93학번, 1970년대 생이라는 뜻.

앞으로도 이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너무도 좁다고 했다.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80명의 대졸자(예정자 포함) 채용 공고를 냈던 모 대형 건설사는 지원 가능 나이 하한선을 1975년 이후 출생자로 했다. 이때문에 ㄱ대 토목과 출신인 박모(74년생, 대구 산격동)씨는 그렇게 기다렸던 채용 공고를 보고도 원서 접수조차 못했다고 했다. 27살에 불과한 나이마저 너무 많다고 밀려난 것.

조만간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계획 중인 포항공단 ㅈ.ㄱ.ㄷ사 등도 1974∼75년생 이하로 나이 제한을 둘 방침으로 알려졌다. 회사측 관계자는 "능력이 비슷하다면 젊고 또래 비슷한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 15일까지 신입사원 입사 원서를 받았던 포항 인천제철에서는 경쟁률이 무려 100대1에 달했다. 나이 상한선을 1972년 출생자로까지 끌어 올림으로써 297세대 일부에 문을 연 것이 높은 경쟁률 형성에 영향 미쳤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회사 인력운영팀 박종규 차장은 "입사 동기 사이에 서너살이나 나이 차가 나면 학교 선후배로 얽힐 수도 있고 앞으로의 승진 등 인사 때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어 어느 회사나 갓 졸업 예정자를 선호하는게 현실"이라고 했다.

취업 전선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1970∼72년생 대졸자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문을 나섰던 때는 IMF사태 시기였던 1997년∼2000년 사이. 특히 재수 삼수해 대학 갔던 사람들이 지금 더 타격 받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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