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기관의 자금 역외유출률이 35%에 달한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지방경제의 황폐화를 말해주는 것으로 충격적이다. 전철환 한국은행총재는 16일 부산시 초청 '지역경제 발전전략' 강연에서 "지방금융기관의 예대율(預貸率)은 64.6%(2월말 현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에는 75.7%를 기록했으나 98년 이후에는 줄곳 63~64% 대에 머물러 10%포인트 이상이나 떨어졌다는 사실은 IMF이후 지방경제를 볼모로 중앙경제 집중화를 이룩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대구지역의 경우 역외유출률은 42.7%로 타지역 보다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방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특화산업에 대한 자금지원,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등을 강화해야한다"는 전 총재의 원론적인 처방은 과연 지역경제회생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방금융의 취약성은 지방금융기관 경쟁력 약화에 1차적인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지역금융 붕괴의 근본 원인은 무차별 경쟁우선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더 큰 비중이 있다.
지방경제를 떠받쳐온 건설.유통업 두 축이 붕괴한지는 오래됐고 대구지역의 경우 특화산업인 섬유와 자동차 산업은 거의 빈사 상태다. 게다가 98년 금융구조조정으로 부산.대구.전북은행 등 세개 지방은행만이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지방 금융시장은 사막화돼 있지 않은가. 이런 취약한 상황에서 당국이 자유경쟁을 이유로 지역자금 유출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은 지역경제 사장화를 부추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수도권 집중이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당국의 주장은 구호에 불과하단 말인가.
지방을 중앙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켜서는 안된다. 황무지에서 어떻게 열매맺기를 원한단 말인가. 당국은 당장이라도 역외유출을 막기위한 조치는 물론 지역금융에 대한 인센티브와 메리트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역분권화, 지방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