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16일 '제주 평화포럼'에서 지난 94년 당시 북한의 핵위기와 관련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회고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그는 북한과 미국 등 모든 관련국에 치명적일 수 있는 군사적 대비책에 자신이 개입돼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의 국방장관 재임기간 미국이 '전쟁'이라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확신한 유일한 시기였다고 회상한 그는 북한의 영변핵시설이 가동되면 즉시 6기 정도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미.일은 이때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면 심각한 제재를 가할 것임을 경고했으나,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면서 오히려 위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측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페리 전 장관은 영변에 대한 작전가능성 검토를 지시했고, 이틀동안 군사령관들과 만나 육군과 공군을 수송해 도착하는 시간까지 고려했었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만일 북한과 전쟁했더라면 미국측이 결정적인 승리를 했겠지만, 한국민과 한국군, 그리고 미국군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을 것이라면서, 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페리 전 장관은 한국에 거주중인 수천명의 미군과 주한 미대사관관계자들로 하여금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이같은 행동을 결정하려는 순간 김일성(金日成) 전 북한주석이 영변의 핵시설 동결을 준비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보고를받았다고 페리 전 장관은 회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 위기는 전쟁이 아닌, 제네바 기본합의로 알려진 외교적 합의로 타결됐다는게 페리 전 장관의 증언이었다.
만일 당시 북한의 핵시설이 가동됐다면 지난 6년동안 적어도 50기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페리 전 장관은 추산했다.
페리 전 장관은 한.미의 대북 포용정책이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았다며, 최근까지의 과정을 미식축구에 비유하는 노련함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마무리했다.
그는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미.일이 취해온 대북정책이 북한이라는 '공'(ball)을 10야드정도 전진시켰고, 앞으로는 골라인(Goal line)까지 이동시키는 일이 남았다며 향후 부시 미 행정부가 한.일과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골라인까지 북한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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