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내 야영장이 장기 노숙장소로 둔갑, 올 여름 이곳을 찾는 대구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할 판이다.
비가 내린 19일 낮 12시쯤 팔공산 동화사시설지구내 야영장. 주말이나 휴가철이 아닌 평일인데도100여개의 텐트가 빽빽히 들어차 빈 자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야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 행락객은 드물었고, 노인이나 평상복 차림의 40, 50대 남녀가 텐트를 치고 있었다.
텐트 주변에는 장기노숙을 증명이라도 하듯 간이의자, 가정용 취사 및 세면도구, 화장지, 플라스틱대야 등이 널부러져 있어 '살림집'을 방불케 했다.
대구시가 지난 1일 야영장을 개방하자마자 장기노숙자들이 야영장을 점령해 버렸다.
이들중 상당수는 야영장 개방기간인 6~10월 다섯달간 장기노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노숙자들이 몰리는 것은 시설이용이 무료인 데다 한여름 더위와 주변의 눈총을 피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더구나 대구시가 7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야영장에 샤워장과 빨래터를 신축.보수하고 있어 장기 거주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팔공산 자락에서 야영을 즐기려는 시민들은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다. 지정 야영장이 아니면 팔공산 다른 곳에서는 야영을 할 수 없는 규정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45.수성구 만촌동)씨는 가족들을 데리고 지난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야영장을 찾았으나 텐트를 칠만한 곳이 거의 없어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김씨는 "야영장이 아니라 집단 합숙소 같은 분위기"라며 "행락객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야영장의 본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팔공산 일대 주민들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야영장 말고도 계곡 및 숲속 곳곳에 장기노숙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관계기관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기관인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는 '대책이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강제로 철거할 수 없어 1주일마다 하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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