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현장 2001-재구 포항향우회 '레퀴엠'공연

재구포항향우회가 지난 14일 포항시립예술단을 초청하여 대구시민회관에서 정기총회 겸 모임을 대신한 것에 대하여 타 지역 향우회나 모임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모임행사와 문화공연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재구포항향우회가 약 6개월에 걸쳐서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문화행사를 향우회 총회에 접목시킨 타임 스케줄을 통해 문화행사와 모임의 짝짓기 가능성을 점쳐본다.

◈문화봉사단 36명 구성

▨공연 준비=2000년 12월19일 재구포항향우회 이사회에서 대구합창음악계의 대부격인 나경관 한국합창고문이 향우회를 기존의 형태에서 탈피, 음악회 형태로 열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1년 4월13일 사무국 회의에서 음악회는 성악만이 아니라 기악과 성악을 조화시킨 공연으로 하자는 잠정적 합의 도출됐다. 4월20일 향우회 회장단이 포항시장을 예방하여 포항시립예술단의 협조를 구하였다. 5월10일에 포항시립예술단측이 공연 일정을 조정하여 6월14일에 대구 순회공연을 갖기로 협조했다. 5월31일 음악회 준비캠프를 향우회 상임부회장 김진영(〈주〉신영멀티테크 대표이사) 사무실에 설치했다. 사무국 요원, 재구 포항 지역 중고교 동창회 총무단, 각읍면 향우회 총무단 등 36명으로 문화 봉사단을 구성하여 8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악보없이 완주 갈채

▨공연 당일 표정=베르디의 '레퀴엠' 공연이 열린 지난 14일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은 공연(오후 7시30분) 1시간전부터 포항 향우회원들이 몰려들기 시작, 1천600석 시민회관대강당을 가득 채우고 입석까지 꽉찬 2천500여명으로 만석을 이뤘다. 포항시립교향악단.합창단, 부산시립교향악단.합창단까지 출연, 200여명이 빚어내는 90분간의 장엄한 무대가 관객들을 압도했다. 관객들은 베르디 작품 가운데 가장 웅장하고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레퀴엠의 매력에 흠뻑 젖어 들었다. 특히 음악 관련 단체가 아니라 지역 향우회가 마련한 공연이 조직성과 음악성을 함께 갖춘 탄탄한 구성으로 진행돼 관객들은 물론 향우회 회원들과 음악인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성완 포항시향 상임지휘자는 레퀴엠을 악보 없이 완주해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문화도우미들이 이끈 공연문화도 호평을 받았고, 이의근 경북도지사와 정장식 포항시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포항 출신인 남편과 공연장을 찾은 최귀자(62.대구시 서구 내당4동)씨는 "남성 중심과 술자리 형태의 기존 향우회 모임에서 탈피,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를 통해 가족과 고향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 좋은 무대였다"며 "앞으로 모든 향우회모임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에 앞서 대구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재구포항향우회 '2001년 정기총회'에서는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결산과 2001년 사업계획보고, 임원진 재구성을 했다.

◈퀵서비스로 표 구하기도

▨공연회 뒤와 이모저모=공연이 끝난 뒤 대구경북코오롱 영남본부장인 김금대 재구포항향우회 회장등은 모임을 갖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고향 단체와 연계한 문화사업을 많이 벌이기로 했다. 이번 공연 소식을 듣고 지역에 흩어져 있는 포항사람들은 사무국으로 전화를 걸어서 퀵서비스로 표를 구하는 사례가 30여건에 달했다.

◈순회공연 형태 전액 무료

▨공연 경비는=포항시립예술단 공연경비는 순회공연 형태로 지원받아서 전액 무료. 시민회관 대여료, 팸플릿 제작비, 현수막 등을 포함하여 평상시 정기총회 경비를 약간 상회한 1천500만원이 들었다. 다른 총회때처럼 고급 식사를 줄이는 대신 시민회관 구내식당을 이용하여 경비를 절약했는데 행사를 마친 포항사람들은 한결같이 "너무 힘들었지만 문화와 정기총회를 접목해보니 세상 사는 맛이 난다"며 자주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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