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입후보자들의 소견 발표에 이어 어저께 투표가 있었다. 선생님들의 잡무를 줄여주고 땅에 떨어진 교권을 확립해야 우리 교육이 바로 설 것이라는 입후보자들의 한결같은 말을 들으며, 문득 미국의 교육철학자 헨리 밴다이크가 지은 '무명 교사 예찬'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름 높은 교육자로되, 젊은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로다'.
나는 이보다 더 값진 교육이론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오고 있다. 지금은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되셨지만, 나의 중학교 시절 국어를 가르쳐주신 박정희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까까머리 철없는 우리에게 너무나 자상한 큰 누님이셨고 인자하신 선생님이셨다. 당시 교장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지만,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과의 아름다운 추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동창생들은 말한다.
28년 전 처음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근무해 오면서, 나는 자신의 명예보다는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남모르게 헌신하시는 많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제자를 향한 그분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희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이제 학교 경영을 책임진 자리에 앉아 교실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는 적지만 말없이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은 것은 그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교육은 급변하는 시대 조류 속에 방향을 잃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 동안 교육개혁을 명분으로 수많은 교육 정책이 고시되었지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도 교육현장에서 꽃피지 아니하면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어느 분이 교육감으로 당선된다 할지라도, 교육정책에 우선하여 무명 교사의 헌신과 노고를 귀하게 알고, 그분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회풍토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교육은 오로지 무명교사의 뜨거운 가슴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니 말이다.
대구중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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