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기업이라면 t당 350만원에서 10원도 빼주기 어려운 컬러새시제품을 워크아웃 업체들은 20만원이나 낮은 330만원에 풀고 있읍니다. 워크아웃이 특정기업을 살리는 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교란시켜 업계 모두를 고사시킬 뿐입니다"
대구지역 한 알루미늄업체는 워크아웃 중인 동업자들때문에 정상기업만 죽어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수백억원씩 부채를 탕감받고 채권단의 출자전환 혜택까지 받는 게 부러워서가 아니다. 정상기업들은 IMF 이후 지속된 불황국면 속에서 은행 빚 안고 영업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데 정작 워크아웃업체들은 제도적 혜택을 악이용해 덤핑을 일삼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사상최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섬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중견 직물업체 대표는 "워크아웃 중인 지역의 거대 섬유업체들이 통상 거래가의 20% 이상 덤핑출하하면서 정상기업들을 목 조르고 있다"며 "최근의 불황은 이같은 시장질서 교란으로 정상기업들이 여유를 잃어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지 못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화의, 법정관리 등 각종 기업회생제도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채무 동결, 세금 및 금융이자 면제, 부채상환 유예 등 갖가지 혜택으로 정상가동업체보다 경쟁력이 앞서는데다 낮은 원가부담을 내세워 덤핑 출하까지 일삼아 정상기업들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크아웃 중인 모 알루미늄업체는 이같은 경영으로 올들어 업계 1위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그러나 워크아웃 평가에선 중간이하(C)를 받았다는 것.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외형키우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기 어렵다고 다른 알루미늄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이때문에 전국 35여 업체가 있는 알루미늄업계의 최근 평균 가동률은 불황 탓으로 50%에 머물고 있으나 워크아웃 중인 5~6개 업체의 가동률은 최고 80%에 이르고 있다는 얘기다.
워크아웃 중인 지역 섬유업체들도 수출실적 상위를 기록했으나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업체들의 덤핑거래가 일상화하면서 바이어들이 무조건 단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상기업들이 주문량 급감과 저단가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때문에 섬유업계는 최근 워크아웃 등 제도적 지원을 받는 업체들의 파행적 운용으로 인한 폐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달라고 산업자원부에 공식 요청했다.
한편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강연에서 "워크아웃업체들의 파행 경영으로 정상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습"이라고 워크아웃 등의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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