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은의 "비관적 경제전망'에 주목하라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극히 비관적인 경제전망 수치를 발표,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은 21일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5.3%에서 3.8%로 크게 낮춰잡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에서 4.4%로 높이는 등 전형적인 '고물가 저성장'기조의 우리경제 전망치를 내놓았다. 경상수지 흑자도 130억원으로 잡았지만 수출감소(2.5%)보다 더 급격한 수입감소(2.8%)에 따른 것으로 경제규모의 왜소화를 걱정하고 있다. 한은의 이번 경제전망은 국책·민간연구기관들보다 크게 비관적인 것으로 우리 경제 회복이 기대만큼 조기에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우리는 한은의 이같은 비관적 전망에 일단 주목한다. 한은은 전망수정의 배경으로 실물경제 둔화와 미국경제 회복지연, 일본의 경기침체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들었다. 지금까지 정부나 연구기관의 경기전망치를 보면 미국·일본경제의 하반기 회복을 전제한 것으로 희미하나마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경제의 우려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고 일본의 경우 고이즈미 총리가 "저성장과 실업을 감수하더라도 개혁을 하겠다"고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라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성을 감안할 때 한은의 비관적인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추가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아도 4%대의 성장을 장담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앞으로의 경제운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벌써부터 재경부에서는 한은의 분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오는 29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는 한은 발표와 상당히 다른 수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하니 자칫 정치논리에 따라 한국경제의 전망이 오락가락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당국은 수치싸움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한은의 발표를 거울삼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유비무환의 대책을 세워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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