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인 외도따른 가정폭력 증가

주부 김모(39)씨는 올초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여성상담소를 찾았다. 2년전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들켜 그 죄값(?)으로 지금껏 폭행을 당해왔던 것.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채 폭행에 시달리던 김씨는 결국 상담을 의뢰하게 됐다.

이모(48)씨 역시 지난달 인터넷 채팅을 통해 다른 남자를 만나다 남편에게 들킨 이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결혼후 20여년동안 남편의잦은 외도와 구타로 괴롭힘을 당해온 이씨는 단 한번의 외도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더욱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있다.

가정폭력이 숙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부인의 외도로 인한 가정폭력이 증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부장적 관념에 사로잡힌 남편들의고질적인 폭력행사에다 최근 인터넷 채팅, 노래방 접대부 등을 통해 외도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신고된 가정폭력은 248건. 이중 남편의 아내 폭력이 203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에도한달평균 300~400건 상담 중 가정폭력으로 인한 30, 40대 주부들의 상담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살림을 못산다'거나 '씀씀이가 헤프다', '맞벌이를 못한다'는 등 경제적인 이유, 또는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지만 최근엔 아내의 외도가 폭력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상담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구가정법률상담소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에서 가정폭력 피해 주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여명의 주부가 외도 등 부정한 행위때문에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여성을 위한 임시보호소 2곳에도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주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여성의 전화 쉼터엔 하루 7~8명이 보호.상담을 받고있고, 대구시가 운영하는 태평상담실에도 매일 25명의 주부들이 몸을 의탁하고 있다.

대구여성의 전화 장진화(36) 상담실장은 "부인의 외도 등이 폭력행사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러나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와 일부남성들의 사회, 여성에 대한 열등감이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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