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일방통행 재건축 총회

지난 23일 열린 황금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황금주공아파트조합원 총회는 시종 '일방 통행'식으로 진행됐다.

매 안건마다 조합장은 2천여명의 조합원들을 향해 "여러분 OO건에 대해 동의하시죠"라는 말로 박수를 이끌어내 가결하는 식이었다. 물론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건중 핵심사안인 '시공사 확정'건도 조합원들의 박수를 유도해 '동의'로 처리 하려다 법적 문제 발생을 우려한 롯데건설측의 요구로 뒤늦게 투표로 결정하는 웃지못할 촌극을 빚었다.

물론 수년간 지연돼온 재건축 사업을 하루 빨리 추진하기 위해선 시공사 선정이 급선무겠지만 3천800여명의 재산권이 달린 문제이고보면 매 안건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1시간쯤 늦게 개회한 결과 생업에 쫓긴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투표를 하기도 전에 자리를 뜨자 투표함을 마련치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하는 미숙함도 드러냈다.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은 아파트 소유자 수십명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 소란이 일도록 한 것도 행사의 일방진행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안건처리 도중 "시공사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적은 평형을 확대해 달라"는 등 집행부측이 귀담아 들어야할 주장과 요구가 쏟아지기도 했다.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측의 이날 태도는 납득키 힘든 부분이 많았다. 높게 책정한 분양가에 대해 조합원들의 이의가 제기되자 재건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조합원들을 온갖 말로 구슬러댔다. "대규모 단지이기 때문에 관리비가 싸지고,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가 하면 "롯데건설과 화성산업 사무실에 벌써부터 하루 수백통의 분양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도 했다.

또 77%의 계약률을 보인 '롯데캐슬 그랜드'가 8.3대1로 완전 분양됐으며, 시내 32평형 아파트값이 1억3천만원선인데도 달서구 1억4천만원, 수성구 1억6천만원선이라는 자료를 제시, 재건축 아파트가 더 많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예전엔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으면 거액의 웃돈이 보장됐지만 아파트가격 자율화로 프리미엄이 뚝 떨어진데다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높일 경우 프리미엄은 더욱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나 하는 얘긴지 궁금할 따름이다. 황재성(경제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