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실탄'(자금) 부족으로 증시 주도권을 외국인들에게 내 준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주식투자에 나선다. 막대한 자산을 가진 연.기금의 투자 확대는 국내 주식시장에 거대한 매수 주체가 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먼저 국민연금은 이번 주부터 6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증시에 투입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6천억원의 자금 위탁운용사로 13개 투신사 및 자산운용사를 선정한 바 있다.
이 자금은 주식 편입 비율이 90%에 이르며 한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연간 2, 3회로 제한하고 있고 운용기관도 2년이나 된다. 따라서 잦은 손바뀜이 필요없는 지수관련 대형 우량주가 주요 매수 타깃이 되고 장기투자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연.기금은 총 자산 가운데 2~5%만 주식에 투자하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주력 투자대상인 채권시장이 포화상태를 맞고 있고 시장금리 또한 5, 6%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선진국의 연.기금의 경우 총자산의 20~5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현재 자산 규모는 66조원으로 2004년중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투자를 늘리라는 정부의 독촉이 없더라도 천문학적인 자산을 굴리기 위해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는 군인공제, 교원공제, 사학연금 등 나머지 연.기금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국민연금의 총 자산 대비 주식투자 비중이 올해 8%로 높아지고 2004년에는 10%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004년까지 매년 3조원 안팎의 국민연금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3년간 4대 연.기금을 통한 주식 수요 창출 규모가 연간 5,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한국 증시에 강력한 매수 주체가 등장하는 셈이다.
'재료보다 수급이 먼저'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연.기금의 막대한 자금 유입은 하반기 한국증시 수급 확충에 상당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미국 증시의 폭락이라는 외생 변수가 없다는 전제 아래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수혜주로는 저평가 상태에 있는 시가 비중 상위 대표주들이 유력하다. 삼성증권은 연.기금의 매수 예상종목으로 자사로부터 지난 1년간 투자 의견이 '매수' 또는 '시장평균 수익'을 유지하면서 올해 예상 PER(주가수익비율)가 최근 3년간 변동폭 아래에 있는 한솔제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37개 종목을 꼽았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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