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대학 기금모금 '돈 가뭄'

수도권 대학들이 수백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모으는 가운데 5~10년 이상 지속된 대구권 대학 발전기금 모금은 바닥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대학은 발전기금 성격으로 볼 수 없는 정부 및 대학 출연금까지 발전기금에 포함시켜 외형상 부풀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교직원 월급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으로 수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조성해 빈축을 사고 있다.

경북대 경우 1992년 5월부터 작년 말까지 1천5억원을 모금했다고 밝혔으나 70%가 넘는 720여억원은 정부 등의 사업자금(470억여원)과 대학 출연금(254억여원)이고, 순수 기금은 300억원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 기부 목적에 따라 상당 부분 소진돼 '재단법인 경북대 발전기금'이 보유한 재산은 177억여원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105억여원은 올해 중에 쓰도록 돼 있어 순수 기금 형태의 적립금은 72억원 남게 될 전망이다.

경북대 한 관계자는 "회계법상 정부 자금이나 대학 출연금의 관리가 어려워 기금에 포함시켜 왔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1991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모은 돈이 153억여원 정도로, 기업체 등으로부터 84억여원을 모금했고 교직원들이 13억여원을 냈다. 66억여원에 이르는 이자 수입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계명대는 1992년 11월부터 187억여원을 모았으나 경영대 건물로 쓰일 '의양관' 건립에만 110억여원이 들어 기금으로 축적될 액수가 줄어 들전망이다. 대구대는 14억여원을 모아 장애학생 기숙사 건립 등에 4억5천여만원을 쓰고 10억여원을 남겨 뒀다.

대구가톨릭대는 교직원 모금이 5억2천여만원에 달한 반면 기업체 등 모금은 1억5천여만원에 불과하고, 누적액은 12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경산대는 13억여원을 모아 기자재 구입 등에 12억여원을 썼고, 이자를 포함해 3억5천여만원을 남겨 뒀다.

지역대 한 관계자는 "대학마다 자동이체나 저금통 만들기 등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며 "기금조성을 통한 이자수입으로건물을 짓는다거나 시설기자재를 구입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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