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나라 국민에게든 국가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호국(護國)의 영령만큼 숭고한 존재는 없다. 그래서 그들의 넋이나마 국립묘지에 고이 모셔놓고 그 높은 뜻을 기린다.
▲미국은 5월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데이로 잡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고, 영국은 해마다 11월11일 직전 일요일을 전몰장병 기념일로 국립묘지에 참배한다. 우리도 물론 6월6일 현충일날 동작동과 대전 국립묘역에 고이 잠든 '님'들에게 경건하게 참배한다. 이처럼 세계의 거의 대다수 국가들이 자기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고귀한 넋을 국립묘지에 모시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드물게도 일본만은 국립묘지가 없다. 일본 국민들이 국립묘지를 만들 성의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호국의 수호신으로 모셔놓을 떳떳한 인물들이 없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 자기네 말대로 '옥쇄(玉碎)한 전몰장병이 없는건 아니지만 패전한 그들 모두가 당당하게 국립묘역에 모셔질 호국의 간성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를 집어삼키겠다는 야욕으로 무고한 아시아인들을 상대로 살육전쟁을 벌인 전쟁범죄자로 낙인찍힌 자들이다. 전범(戰犯)의 탈을 여전히 뒤집어 쓰고 있는 터수에 국립묘지에 모실수도 없고….
▲그래서 일본인들은 야스쿠니 신사(神社)에 2차대전의 주요 전범 위패를 모셔놓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우선 외국 원수들이 일본 방문시 전몰장병에게 헌화하려해도 할 곳이 없다. 일본 정부는 일부 정상들에게 "혹시 야스쿠니를 참배하시면 어떨는지…"라고 은근히 운을 떼봤지만 "A급 전범에게 참배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라고 매몰차게 거절당하곤 아예 체념한 상태다.
▲결국 일인들은 궁리끝에 요즘 "어쨌든 국립묘지를 만들어 외국 국가원수와 일본 국민이 방문하고 헌화토록 하자"는 의견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건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A급 전범을 국립묘지에 모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야스쿠니 신사를 국립묘지로 성역화 할 수도 없고…"라는 반문앞에 모처럼 나온 국립묘지 조성문제는 그만 헷갈리고 만다는 것이다. 세계의 지도국이 되겠다고 안간힘이면서도 무고한 남의 나라를 침탈한 원죄 때문에 국립묘지 하나 만들 수 없는 일본-. 호국의 달 6월을 보내면서 장렬히 산화한 우리 그 님들의 숭고한 희생앞에 다시한번 옷깃을 여미게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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