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댐 중 최초로 발생했던 운문댐의 '댐 마루 함몰 누수 사고' 보수공사가 실시 일년을 맞았다. 그러던 중 지난 비 탓에 공사용 물막이가 터져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에 시작됐던 공사의 추가 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 일년 전 사고 발생 때 불안에 떨며 안전확보를 강력히 요구했던 하류 주민들은 25일 사고가 나자 안전에 더욱 민감해졌다.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돼 왔으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발생 = 문제가 생겼음이 처음 인지된 것은 3년 전(1998년 6월)이었다. 댐 둑 마루 부위에 2군데 푹 가라앉은 함몰 현상이 발생한 것을 댐 관리단이 발견한 것. 이것이 국내 최초 함몰 사건이었다.
이 함몰은 댐에서 물이 새고 있음이 감지된 직후 잇따라 확인됐다. 댐 관리단은 그 전 해에 누수량 측정실을 만들어 1998년 1월부터 측정을 개시, 누수가 상당함을 감지해 전문기관에 안전성 판단을 의뢰하는 등 자체 대책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댐 둑 함몰까지 확인되자 댐 관리단은 수자원공사 본사에 보고하는 등 내부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본사 관리단, 관리처, 댐 감리단, 시공사(삼부토건) 등 관계자가 현장에 달려 와 11월까지 점검해 내린 결론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는 것.
그 두달 뒤 전문팀이 정밀 안전진단에 들어 가 댐체 하단 코아(점토질) 부분에 포함돼 있던 약한 층이 누수.함몰을 불렀을 것으로 추정됐고, 댐체의 전반적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강 공사 시행 = 그러는 사이 이런 상황이 밖으로 알려지자 문제가 커졌다. 반 영구적이어야할 댐이 만든지 몇년 안돼 사고가 났다 하니 "부실공사 아니냐"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누수 사고를 왜 숨겼느냐"는 질책이 잇따른 것.
담당 관서에서도 일부 하급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겨 징계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사고 전례가 없으니 "손을 잘못 대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 수자원공사는 유사한 사고 댐을 보수한 바 있는 미국 '헤이워드베이커' 회사의 '컴팩션 그라우팅' 공법을채택해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간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이는 함몰이 발생한 댐 둑 중심부 80여m를 절개해 취약 구간에 점토를 집어 넣어 지반을 다지는 방식이었다.
◇보강공사의 평가 = 보강 공사 후 하루 2천여t에 달했던 누수량이 115∼120t으로 줄었다. 이 댐의 하루 누수 허용치 350t을 밑돌기 시작한 것. 댐 보수 전문회사인 미국 '하자(Harza) 엔지니어링'과 운문댐 연구 평가단도 검토 보고서에서 "댐 중심부 취약 구간 보강작업은 일단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평가단은 앞으로도 145m 이하의 저수위를 유지하며 장기간 관찰, 그 효과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내놨다. 만수위가 될 때의 안전성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운문댐 관리단 박정기 단장 역시 "댐 자체는 안전하다"고 장담하면서도 홍수기를 지낸 후 내년 말쯤 돼야 최종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핵심부 보강은 완료됐지만 잔여 구간 등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얘기였다.
◇추가 보강공사 시행 = 이런 가운데 정밀 안전진단 때 지적 당한 물넘이 구조물의 지지력 높이기, 댐 중앙부와 물넘이 접합부 보강 등을 위한 추가 공사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물넘이 접합부 견고성이 설계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돼 그 내부에 채웠던 모래.자갈을 걷어내고 대신 강도 높고 가벼운 경량블럭(EPS)을 채워 넣는 것.
또 콘크리트 물넘이 2구간 20m를 절개해 길이6m 너비6m 짜리 수문 2개도 만들고 있다. 용수 전용댐인 운문댐은 만들 때부터 수문을 배치하지 않았으나 기상 이변이나 집중 호우 때 손쉽게 대처할 수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올해 구조물 공사를 완료한 뒤 내년 6월쯤 수문을 설치할 예정이다. 수문 방류에 대비해 행락객 대피에 쓰도록 43억원을 들여 경보국 2개도 곁들여 만드는 중.
이 수문이 완공되면 물넘이 표고(150m)보다 12m 낮은 수위에서부터 담수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운문댐 = 운문댐의 총저수량 규모는 1억3천534만t, 댐 둑 높이 55m, 중앙 차수벽 길이 407m. 용수전용 댐 중에서는 국내 최대인 사력(모래.자갈) 댐이다. 1990년 11월 착공해 93년 7월 완공, 1997년 11월부터 운문댐 관리단에서 맡아 관리하고 있다.
현재 하루 25만t의 생활용수를 대구.경산.영천.청도에 공급하고 있고, 앞으로는 공급량을 하루 38만t으로 늘릴 예정이다. 25일 사고가 나 쏟아져 내린 물의 양(하루 기준)은 대구로 보내고 있는 양의 100배에 이르렀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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