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상습 침수 김천 용암.신음동

김천 용암동과 신음동 속구미마을 경계지점. 감천천과 직지천이 합류돼 유수량이 불어나는 곳이다. 합류점에서 300여m 구간에 설치된 교각수는 무려 48개. 기존 교각이 39개나 되는 곳에 고속철도용 거대 교각 9개가 추가됐다. 인근 저지대 주민들은 벌써부터 물난리 걱정이다. 교각 때문에 장마철 넘쳐나는 하천물이 역류할 수 있기 때문. 어떤 주민은 물난리에 피난갈 준비를 벌써 해놓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겪는 물난리=감천천과 직지천 합류점 부근은 상습 침수지역이다. 장마철에 50mm 비만 내리면 불어난 하천물이 역류해 인근 용암동 저지대 가옥들이 물에 잠겼다. 때문에 매년 여름이면 봇짐을 싸서 피난가는 일이 되풀이됐다. 김천시는 작년 초 60여억원을 들여 용암배수펌프장을 설치했다.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반겼으나 교각 문제가 새로이 등장했다.

◇계속 늘어나는 교각=합류점 부근 감천천(폭 280여m)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최근 3개에서 5개로 늘었다. 합류점 바로 위쪽(상류)에 경부고속도로 교량이 있고, 상류 120여m 지점에 김천교와 경부선 철교가 있다. 여기에 최근 보태진 것이 김천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김천대교와 고속철도 교량. 직지천(폭 90여m)에 설치된 신음교와 속구미 잠수교까지 합치면 합류점 근처 다리만 7개에 이른다. 하류쪽 하천 둑에서 바라보면 교각 48개가 빼곡이 들어서 마치 물막이둑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불안한 주민들=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천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해 2개 하천 합류점 하류쪽에 자연유속을 방해하는 하상 퇴적물 4만㎥를 이번 주 중 걷어내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각이 둑 모양으로 물길을 막아선 상류쪽은 여전히 침수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

작년 물난리를 겪었던 손수장(65.김천 용암동)씨는 빽빽이 들어선 교각을 보고 올여름 물난리 걱정에 귀중품 보따리를 이미 싸두었다. "하루만 비가 퍼부어도 물에 잠길게 뻔한데 미리 준비해야죠. 매년 수해를 입는 곳에 무슨 다리를 이렇게 많이 짓는지 모르겠습니다". 용암동 2천여가구 저지대 주민들은 21일 수해예방대책 호소문을 청와대.국무총리실.건설교통부 등 중앙 8개 기관에 일제히 보냈다.

김천.강석옥기자 sok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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