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T 2000 갈수록 꼬인다

무선인터넷과 화상통화를 실현시킬 수 있어 '꿈의 이동통신'이라 불리는 3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이 계속 비틀거리고 있다. 비동기식(유럽식) 서비스의 연기, 동기식(미국식)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정보통신부의 통신정책 혼선 등으로 국내 3세대 이동통신 사업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3세대 이동통신이 과다한 투자비에 비해 수익이 의문시되는 데다 기술적 문제 등으로 사업시행이 주춤한 상태다.

특히 국내 3세대 이동통신사업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매듭이 더욱 꼬이고 있다.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 가닥을 잡아나가야 본 궤도를 오를 수 있으나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비동기식(유럽식) 서비스의 연기=SK텔레콤과 한국통신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중순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되자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에 맞춰 2002년 6월 상용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두 회사의 '공언'은 '실언'이 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과 한국통신측은 "비동기식 서비스를 예정대로 실시하지 못할 것같다"며 "조속히 실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으로 후퇴, 서비스 연기가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는 빨라도 2004년 이후라야 IMT2000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동기식 장비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유럽지역 사업자들도 3세대 서비스를 미루고 2.5세대 서비스인 GPRS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사업자들도 이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프리텔,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2.5세대 동기식(미국식) 서비스인 CDMA2000 1X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CDMA2000 1X보다 10배 이상 빠른 전송 속도(2.4Mbps)를 지닌 CDMA2000 1X EV-DO를 내년 월드컵 이전에 상용화하기로 했다. 유력한 동기식 사업자 후보인 LG텔레콤은 CDMA2000 1X EV-DO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EV-DV 서비스 실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로써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동기식 서비스가 통신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기식 사업자 선정의 혼선=당초 지난 2월 결정하기로 했던 동기식 사업자 선정은 출연금 삭감 여부, 통신사업자 '3강체제 재편'과 맞물려 지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통부의 정책 혼선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 동기식 사업자에 대한 출연금 삭감의사를 내비치면서 동기식 사업자로 LG텔레콤을 선정할 것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중복 투자 등 비효율성 제거를 주장하며 이동통신 3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거론, LG텔레콤을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양 장관은 이달 중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출연금 삭감은 없고 분할 납부를 허용하되 3강체제 개편의 틀을 만들지 않을 경우 LG텔레콤에 사업권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종전 입장을 뒤집었다.

정통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자 출연금 삭감을 전제로 외국 기업과 투자유치 협상을 벌이던 LG텔레콤의 입지가 좁아졌다. 또 3강체제 개편을 민간사업자에 떠넘기면서도 구체적 육성방안을 제시않은 정통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3사업자 육성을 위해 제시한 비대칭(차등) 규제 역시 원칙만 거론하고 구체적 정책방향은 제시하지 않아 통신사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3강체제 개편에 대한 우려=통신사업의 발전을 위해 양대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견제할 수 있게 LG텔레콤을 중심으로 후발사업자들을 통합하는 것이 통신 3강체제 개편의 골격이다. 그러나 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 등 국내 사업자들과 외국인 사업자를 묶는 정부의 이 구상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성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사업자 통합을 이뤄낸다 하더라도 체질 자체가 허약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LG텔레콤 주도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파워콤과의 합병을 추진중이고 LG 계열사인 데이콤은 구조조정으로 제 한 몸 추스르기에도 바쁜 형편이다. 또 파워콤 정도가 예외일 뿐 데이콤을 비롯, 두루넷, 드림라인, 온세통신 등 통합대상 기업들이 누적 적자로 허덕이고 있어 부실기업을 모아 더 큰 부실기업을 만든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강이 아니라 2강1약에 그쳐 통신사업 재편이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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