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건강 365일-병원 싫어하는 아이

◈거짓말로 달래면 불신만 쌓여

어른이든 아이든 병원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병을 치료하는 곳이 병원이지만 병원에서 하는 일은 찌르고, 째고하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곳에 누가 가고 싶겠는가?

그런데 아이들은 병원에 가야 할 일이 무척 많다. 돌이 되기 전에 BCG 1회, DPT와 소아마비 3회, 간염 3회, 뇌수막염 3회 등 의무적으로 맞아야 할 예방주사만 10여회나 된다. 이따금 감기나 위장염 등으로 병원을 찾게 되니 생후 1년 이내의 영아기에만 보통 20회는 병원에 가야만 한다.

아이는 병원 갈 때마다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괴롭힘을 당한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귀찮고 괴로운 일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6개월 이내의 아이들은 병원에 와서도 방긋방긋 웃기만 한다. 그러나 조금씩 커가면서 병원에 대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병원 문앞에만 오면 몸을 뒤로 젖히거나 울고 보채는 행동으로 항의 표시를 하기도 하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만 보면 무조건 우는 아이들도 있다. 돌을 지나서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하면 병원에 잘 적응하는 아이들도 있고, 심하게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면서 엄마는 무심코 아기에게 거짓말을 한다.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가면서도 "아가야, 오늘은 주사를 맞지 말자"라고 한다. 진찰을 받고 나면 주사를 맞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아기가 발버둥치고 보채면 임시 방편으로 "오늘은 주사는 맞지 말고 그냥 집에 가자"고 약속하고서는, 의사에게 주사를 놓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소아과 의사는 괴롭다.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엄마와 공범이 되어 주사를 놓아야 할지, 아니면 주사가 꼭 필요한 경우에도 주사를 놓지 말아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말을 알아 듣는 큰 아이들은 물론이지만 비록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도 부모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곧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자꾸 하게 되면, 아이들과의 믿음이 깨진다. 엄마와 아이들 사이의 믿음이 깨어지면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불신의 감정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게 된다.

아이들이 주사를 싫어하고 두려워 하더라도 꼭 필요한 이유를 사실대로 설명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믿게 되고 다음부터는 덜 보채게 된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진실하다. 그들에게 불신의 씨앗을 뿌리는 거짓말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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