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에 자리한 황금주공아파트. 지난 23일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원총회에서 재건축사업 새 시공사로 롯데건설(주)과 화성산업(주)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많은 진통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 96년 재건축추진위가 발족되면서 가시화, 97년 7월 굴지의 현대건설, 대림건설, 대우건설, LG건설 등 4개사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이들 4개사 컨소시엄이 미온적으로 사업을 추진, 답보상태에 이르러 조합측이 기존의 4개사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 것이다.
황금동 368번지 등 11필지 5만8천381평의 대지에 지난 81년 지어진 11, 13, 15평형 3천830가구(90개동, 5층)를 헐어내고 64개동에 21평형, 24평형, 29평형, 33평형, 41평형, 48평형, 53평형, 56평형, 62평형 등 4천여가구(10~22층)의 새 아파트를 짓는 대역사가 바로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다 .
한강 이남에서 재건축으로서는 최대 규모인 만큼 분양수입도 무려 7천700여억원에 이른다. 기존의 적은 평수를 재건축에서 대부분 28평형 이상으로 면적을 늘렸기 때문에 건축비와 이주비를 제외하더라도 수익금은 상상외로 클 수밖에 없는 '이권'사업이다.
재건축과 관련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돼 재건축조합과의 시공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롯데건설과 화성산업은 일단 안심하는 모습이다. 높은 분양가와 대물보상안 등을 둘러싸고 조합원들의 반발이 드셀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잠잠, 공기를 앞당기면서 제경비의 절감을 꾀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된 때문.
하지만 두 시공사들은 건축심의와 사업승인 등을 남겨두고 있는터라 아직은 마음놓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또 이날 총회에서 기존의 4개사 컨소시엄에 대해 시공사 선정 및 계약취소를 가결됐지만 해당 건설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데다 그동안 집행한 제경비가 만만찮아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아무튼 재건축의 바통이 롯데건설 컨소시엄에 넘어간 만큼 이들이 제시한 대물보상 조건과 이주비 지원액, 앞으로의 사업추진 일정 등을 알아본다.
조합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있는 부문은 대물보상. 시공사측은 11평형 16평, 13평형 19평, 15평형 22평, 상가 120%의 보상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이주비는 무이자로 지원하는 11평형 2천만원, 13평형 2천250만원, 15평형 2천500만원외에 가구별로 이자를 내야하는 돈도 1천만원까지 지원한다. 상가의 경우는 무이자로 80억원 범위내에서 지급된다.
하지만 시공사측이 분양가를 턱 없이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기존 13평형을 가진 조합원이 32평형으로 주거공간을 넓힐 경우 4천800여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32평형 이하와 그 이상 평형대의 분양가 폭을 넓혀 29평에서 33평으로 공간을 넓힐 경우엔 무려 6천700여만의 추가 부담액을 물어야 할 판이다.
문제는 이같은 분양가대로라면 조합원 즉, 아파트 소유자들의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수천만원의 웃돈이 보장됐지만 아파트 분양가격이 자율화되면서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든데다 건설업체가 아파트 분양가를 인상할수록 그만큼 프리미엄이 줄어든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2~4년뒤의 아파트 시세를 예상해 분양가를 높여 잡은 경우 그 아파트가 건축될 당시 다시 그 시세로 밖에 팔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부담한 충당금 등에 대한 이율을 따지면 결코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시공조건을 설명하면서 분양가가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강조키 위해 롯데건설이 제시한 대구시내의 아파트 시세는 엉터리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선 롯데건설측의 "최근 황금주공아파트 인근에 분양한 '화성고려파크뷰'가 학군이 좋아 분양 후 3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부동산업계에선 화성고려파크뷰의 프리미엄이 많아야 500만원에 그치고 있으며, 이 또한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치 않고 있다. 내년 초 대구 최고의 아파트부지로 손꼽히는 수성구 범어동의 덕원고교 부지에 1천여가구의 고급 아파트가 분양되고, 범어동 모지구의 재개발, 동구 신천동에서 1천여가구 신규분양 등 새로운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설 계획이어서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는 "이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재산증식을 꾀하는 시대는 지나 간 것으로 보면된다"며 "앞으론 자동차처럼 아파트도 새로 사서 해를 넘길수록 값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를 버리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건설과 화성산업이 아파트 프리미엄을 들고나오는 이유는 재건축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하기위한 하나의 책략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키 위해 가구별로 추가부담해야 할 돈이 얼마나 될지도 산정키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아파트는 물론 재건축 후에 배정받는 집의 층·방향에 따라 추가부담액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추가부담금은 사업승인 시점에서 관리처분을 통해 결정된다. 조합규약과 시공사 도급계약서를 세밀히 살펴보면 추가 부담금을 대충 파악할 수도 있다.
또 시공사측이 '호텔같은' 아파트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대해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축해 놓지않은 상태에서 품질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공사측이 제시한 '공사 기준'에서 마감자재는 일반분양아파트와 동등한 시설 및 자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는 데도 건축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자꾸만 대구에선 최고급 마감자제를 쓴다고 우기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롯데건설과 화성산업은 늦어도 오는 10월이전 대구시의 건축심의와 사업승인을 거쳐 10월부터 이주에 들어가, 늦어도 내년 11월 착공과 함께 일반분양(500여가구)에 나서 2005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대로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동안 침체일로에 있었던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평형별 재건축 가구수 및
예정 평균분양가
단위:천원
분 양 가평형별
분양평형평 당가구당가구수
20.633,40070,14284
24.303,70089,910340
28.894,250122,783985
32.804,550149,2401,098
41.224,750195,795711
48.045,050242,602532
52.545,450286,343119
56.145,450305,963283
61.965,550343,87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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