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미술대전마저 검은 돈 얼룩져서야

미술계의 신인 등용문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 심사 과정에서 금품 수수, 지연·학연 등에 따른 입상자 선정 등의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심사위원 명단의 사전 유출, 제자들의 입선 청탁, 대신 그림 그려 주기, 특정 지역 및 계보 출신 임원과 심사위원들의 입상작 나눠먹기 등의 횡행도 미술계의 큰 수치일 뿐 아니라 우리 미술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암적인 존재에 다름 아닐 것이다.

경찰청은 최근 이 미술대전을 싸고 비리 혐의가 있는 한국미술협회 전·현직 임원 및 화가 25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지만 정말 부인하고 싶을 정도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미술대전은 과거 관전인 '국전'의 전통을 이어받아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가장 권위있는 공모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오랜 전통의 연례 행사여서 어느 공모전보다도 지명도가 높다. 그러나 해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부 미술계 인사들의 전횡과 비리에 따른 잡음은 끊이지 않아 왔으며,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게 된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져온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미술대전은 화려한 등용문이라는 매력을 지닌 반면 '공모전 양식'이라는 획일화된 성향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몇 가지 표현 양식과 형식으로 굳어져 창의성과 도전의식이 두드러지는 신인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해바라기 작가'들만 양산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려는 작가 지망생들이 여전히 많은 분위기는 아직도 실력보다는 수상 경력 등 외형적인 것을 중시하는 한국적 풍토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은 그 전통과 권위에 걸맞게 한국 미술의 미래를 밝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권위와 전통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미술인들의 사명감과 자성이 반드시 선행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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