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북자 '난민처리'에 관심 집중

장길수군 가족의 제3국 경유를 통한 한국행이 신속하게 이뤄진데 대해 그 배경과 향후 탈북자 난민 처리문제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지난 26일부터 베이징(北京)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사무소에서 난민지위 인정과 망명을 요청했던 길수군 가족 7명을 나흘만인 29일 신속하게 제3국으로 이송한 것은 중국인권정책 비난에 대한 부담,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노력, 남북한관계 등 종합적인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재 3만~30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 체류 탈북자들의 연쇄 난민지위 인정 및 망명, 중국내 소수민족에 의한 유사 사건 발생을 막으면서도 인도주의 정신을 표명하기 위해선 제3국행 조기 이송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51년의 유엔 난민협약 당사국임에도 불구,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될 것을 우려, 이들의 제3국 이송을 신속하게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오는 7월13일로 예정된 모스크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베이징, 파리, 토론토 등이 신청한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지도 조기 이송의 배경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른 요인으로는 남북한 관계에 대한 고려이다. 중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들을 제3국으로 보내는데 대해 한국이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들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길수가족의 조기 한국행을 성사시켰지만 중국으로부터 '난민' 자격 획득에 실패하고 '건강상의 고려'란 애매한 '지위'를 받아 제3국으로 출국한만큼, 이번 사건이 중국내 탈북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게됐다.

이와 관련 론 레드몽 UNHCR 수석대변인은 29일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논평을 유보하고 UNHCR과 중국 당국의 대화를 촉구했다. 길수군 가족 사건은 같은 처지에 놓인 중국내 탈북자 실태를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레드몽 대변인은 비록 전체 탈북자 중 '적은 비율'이라고 표현했으나 국제난민협약상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북한 난민이 현존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는 중국의 일관된 '난민부재론'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UNHCR도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국경을 넘어 중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통상적 의미의 '탈북자'와 '난민'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등 탈북자 문제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또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 과제로 중국 당국이 UNHCR 베이징 사무소 관계자들의 접경지역 접근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UNHCR의 큰 걱정은 북한 내부의 긴박한 상황으로 인해 탈북자들의 대규모 월경(越境)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측의 비상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레드몽 대변인이 북한 난민의 적법한 처리를 포함해 중국내 탈북자 문제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촉구한 것은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 당국과 국제사회의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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