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음악 등 대학에서 순수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여초(女超)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를 놓고 '앞으로 예술계의 성별 불균형이 걱정스럽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불경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미술.음악계에서는 안정된 직장과 극단적인 물질주의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를 원인으로 들며 '순수 예술의 위기'라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대학 관계자는 "90년대 들어 남학생의 숫자가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 3,4년전 IMF를 전후해 취업문제를 우선시하는 남학생들의 입학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계명대 미술대학의 경우 남학생의 비율이 서양화 동양화 등 순수 미술분야에는 20%에 채 미치지 못하는데 반해, 취업 전망이 밝은 공업디자인 시각다자인 등 응용 미술 분야에는 그나마 30, 40%에 이른다.
경북대 미술학과와 영남대 조형대학 동.서양화 전공자도 남학생의 비율이 10%대에 불과, 심각한 성별 불균형을 나타냈다. 특히 동양화 전공의 경우 남학생의 숫자가 계명대 2,3학년과 영남대 2,3학년에 각각 1명씩에 불과, 특정 학과의 여초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순수 음악관련 학과의 경우 순수 미술보다 다소 낫지만 여초현상이 심하긴 마찬가지. 각 대학 관현악 성악과의 경우 남학생의 비율이 20% 이상이지만 오르간 피아노 종교음악과의 경우 남학생이 아예 없거나 1명에 불과하다.
작가 이목을(38)씨는 "80년대에는 남여비율이 4 대 6이거나 5 대 5정도여서 남녀불균형 얘기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문제는 미술을 좋아하는데도 현실에 쫓겨 미술에 전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미술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배고픈줄' 알면서도 당연히 작가의 길로 나섰지만 요즘에는 취업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경향이 많다는 것.
한 미술대 교수는 "평균적으로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비해 예술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서, 전업작가로 나서는 비율도 훨씬 높았다"면서 "앞으로 치열한 작가정신과 끝없는 실험정신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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