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영수(가명)는 체구가 초교 4학년 어린이 수준이다. 초교 5학년인 동생 영식(가명)이는 초교 1~2학년의 몸집. 아버지와 함께 사는 영수·영식이는 '3끼 식사'라는 말을 잊은지 오래다. 외지로 막일을 다니는 아버지가 1주일에 2, 3일씩 들어올 때만 밥구경을 할 뿐이다. 구청에서도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결식아동' 무료급식 대상에 올리지 않아 저녁을 굶고 잠이 안올 때면 자판기 커피를 뽑아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밥굶는 아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결식아동은 오랜 경제불황 속에 만성화 경향이 뚜렷하고 그 숫자 또한 점점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구시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결식아동은 전체학생(46만여명)의 3·4%선인 1만4천936명으로 지난 해 연말(1만1천673명)보다 3천여명이 증가했다.
대구시내 각 구청이 관리하는 미취학 결식아동도 382명으로 지난 해 269명보다 100명이상 늘었지만 조사인력 부족으로 정확한 실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구청의 경우 결식아동의 숫자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19일까지 사회복지사를 동원해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시내 일부 복지관에서 열고 있는 아동무료급식행사에도 이용자가 늘고 있다. 대구 산격복지관 이은주(26·여)사회복지사는 "학교급식이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 점심 제공행사에 지난 해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 자격심사를 할 정도"라며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은 영양 부실로 또래보다 키가 훨씬 작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점심에 2천원 정도의 학교 급식만 받는 결식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아침·저녁 식사가 막막한 실정이며, 방학때 마다 '점심 고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청 한 관계자는 "상당수 저소득 보호자들이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일정액의 생활자금을 지원받으면서도 아이들을 방치, '결식'이 줄지 않고 있다"며 "결손가정이 늘면서 보호자가 일을 하러 나가면 아이들을 돌봐줄 대책이 없는 것도 결식아동이 늘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정식당과 계약, 결식아동들에게 한끼당 2천원씩의 식사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자장면 한그릇 값도 안되는 적은 돈"이라며 "방학을 맞아 결식아동이 조사된 것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한 사회복지사는 "요즘은 결식아동에 대한 후원 결연이나 각 단체의 급식돕기 운동이 거의 사라졌다"며 "결식아동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인 만큼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