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시-고이즈미 죽이 맞았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와 가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 경제 개혁 일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대가로 일본의 '교토(京都)기후협약 추진 포기'라는 뜻밖의 대어(大魚)를 낚았다.

미국은 또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해서도 일본으로부터 "이해한다"는 입장표명으로 암묵적 동의를 얻었으며, 미-일간 흔들림 없는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교토협약= 지난 1997년 168개국의 서명으로 일본 교토(京都)에서 체결된 협약에서 탈퇴의사를 밝혀 유럽 우방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한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룰 더욱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교토 협약은 이산화탄소 등 지구 온난화 유발 가스의 55%를 방출하는 55개국 이상이 비준할 경우 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일본과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과 보조를 맞춘다면 미국이 아무리 세계 제1의 가스 배출국이라 해도 제쳐 놓고 협약 발효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자칫하면 국제 사회의 '왕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미국으로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가 뜻밖에 원군이 된 셈이다.

◇MD 계획=일본 측은 국제사회의 주요 쟁점인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 추진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전면적인 지원의사를 천명하지는 않았다.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미사일 개발 및 배치문제는 미사일 방어기술에 관한 연구와는 별도로 장래에 검토해볼 사안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대의사를 밝힌 우방인 독일, 프랑스에 비해 한발 물러선 입장표명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밑지는 거래'가 아닌 셈이다.

◇기타 현안= 미.일 양국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정부와 협력하고, 나아가 북미관계를 위한 정책조율 및 지역안보를 위한 미군의 '전진배치'(Forward Presence)가 긴요하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개혁 프로그램과 부시 대통령의 감세조치 등 미국경제 성장 지원정책을 서로 지지했으며 올해말 카타르에서 열리는 WTO각료회의를 통해 뉴 라운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윈-윈 외교=교토기후협약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부시행정부는 일본의 도움으로 새로운 대체방안 모색이 가능해졌다. 또 외교력이 검증되지 않았던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일정부분의 성과를 거둠으로써 국내에서 안보 및 경제개혁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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