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가질 때 기성세대들은 일찍이 보지 못한 '광란'에 '말세'라며 혀를 찼다. 젊은 여성팬들은 괴성을 지르다 못해 입고 있던 속옷을 무대에 던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오빠 부대'의 원조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이 정도는 '고전'에 가깝다. 수만 명의 회원으로 조직화되기도 한 요즘 10대 극렬팬들의 열정은 인터넷과 결합됨으로써 아티스트.기획자. 매스컴과 함께 연예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파워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다.
▲요즘 10대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과 집 앞에서 밤샘을 하는 건 흔한 일이다. 순회 공연 땐 지방까지 따라가기도 한다. 방송국에 온갖 항의를 하고, 경쟁 가수에게 독극물을 보내며, 심지어는 팬클럽 활동 비용 마련을 위해 원조교제까지 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그러나 10대들을 무조건 나무랄 일만은 아닐는지 모른다. 스타를 성장 모델로 여기거나 억눌린 욕구를 분출하는 방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인기스타를 따르는 팬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오빠 부대'에도 '아줌마 바람'이 드세지고 있는 모양이다. 여성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현재 활동 중인 성인 팬클럽은 100여 개에 이르며, 대부분의 회원이 30, 40대 주부들이다. 유승준과 홍경민 팬클럽인 '승준지기'와 '홍.사.아.모'의 경우는 회원이 각각 370여명이나 되며, god 등 신세대 스타들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이들의 활동도 10대 팬클럽을 방불케 할 정도다. 정기 모임 등으로 스타에 대한 정보를 나눠 갖고, 공개방송이나 스타의 생일 파티에도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주부팬클럽의 결성 동기는 TV에서 본 신세대 연예인에 대한 호기심에서, 또는 특정 스타를 좋아하는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통해 스타 정보를 찾다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주부들끼리 뜻을 모은 경우라지만, 세태가 엄청나게 달라졌음엔 틀림없는 것 같다.
▲이들 팬클럽에 참여하는 어떤 주부는 스타와 비슷한 나이의 아들과 훨씬 친해지고 젊어지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과연 자녀와의 대화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교감의 폭도 넓어져 자녀 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태 전부터 '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운동이 일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주부들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음은 사실일 것이다. 보다 바람직한 의미의 아줌마 '오빠 부대'를 기대해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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