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 텔레뱅킹 왕짜증

농협중앙회에 계좌를 가진 회사원 김모(39)씨는 2일 텔레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하려고 하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하루종일 텔레뱅킹 안내전화(1588-2100)가 통화중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 간혹 연결이 돼도 '지금은 접속건수가 많아 잠시 후 이용해 달라'는 멘트만 들어야 했다. 김씨는 서너시간에 걸쳐 열번도 넘게 시도를 해도 되지 않자 계좌 개설 점포인 대구중앙지점에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직원은 "고객 입장은 이해하지만 월초 보험회사 만기일이라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만 말했다.

김씨는 다시 그 직원에게 해결할 수 있는 부서 전화번호를 알아내 농협 대구지역본부와 농협중앙회로 전화를 걸어 언제쯤 텔레뱅킹이 가능한지 물었으나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결국 영업점에 가서야 계좌이체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금융 점포망을 가진 농협의 텔레뱅킹(폰뱅킹) 시설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시중은행들의 텔레뱅킹 서비스망과 비교할 때 농협은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

현재 농협의 텔레뱅킹 등록고객은 100만명이지만 시중은행 가운데 최대인 국민은행의 50% 수준. 그런데도 서비스 수준은 시중은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회선을 각 지역본부 중심으로 운용해 고객들의 불편이 거의 없지만 농협은 서울 중앙회에서 관장해 금융거래가 많은 날(월말, 월초)이면 거의 텔레뱅킹 접속이 안되고 있다.

각 지역본부에서도 텔레뱅킹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중앙회에 전달하고 있으나 개선이 안되고 있는 상황.

이런 현상은 지난해 7월 축협과 통합한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제대로 서비스망도 갖추지 않은채 통합을 한 무리수가 드러나고 있는 셈.

농협 직원들도 이런 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앙회 전자금융팀 관계자는 "통합을 하면서 전산망에 대한 대비가 허술했다"며 "오는 8, 9월쯤 회선 증설이 이뤄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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