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왜곡 교과서 수정

(도쿄연합)역사왜곡 파문의 진원지 구실을 해 온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이 2일 일본 역사교과서의 바이블인양 떠받들어 온 자신들의 교과서에 스스로 칼질을 했다.

'새 교과서…모임'은 지난 4월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할 당시 137곳에 걸쳐 타의에 의한 검열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9곳의 오류를 정정했다.

우선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정부가 요구한 25개의 재수정 요구항목 중 5항목을 부분적으로 반영, 외견상 '성의'를 보인 듯하지만 여전히 교과서 내용 전반에 '황국사관'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색내기에 그친 느낌이다.

그나마 평가해 줄 수 있는 부분은 △고대사 중에서 임나일본부설 △중세 조선의 위상 △근.현대사의 한일합방 등의 기술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한 대목이다.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였던 한일 병합을 기술한 대목에서 '새 교과서△모임'측은 '한국 국내 일부에서는 병합을 받아들이는 목소리도 있었다'는 부분을 전면 삭제했다.

또 '조선과 베트남은(중략) 중국의 역대 왕조에 복속됐다'는 부분은 '조선과 베트남은 중국 역대 왕조의 강한 정치적 영향력하에 있었다'고 수정했으며, 임나일본부설과 관련된 대목 중 '야마토(大和) 군세는 백제와 신라를 도와 고구려와 치열하게 싸웠다'는 부분에서 '신라'를 삭제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 당시 '중국이 참전함으로써 종래의 국경선이던 북위 38도선부근에서 전황(戰況)은 정체상태를 보였다'는 대목 중 '종래의 국경선'이라는 대목도 뺐다.

이같은 수정에도 불구, 한일합방 기술중 '영국, 미국, 러시아 3국은 (합방에)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임나일본부설 가운데 '임나라는 곳에 거점을 뒀다'는 핵심적인 부분도 자체적인 검열에서 안전지대로 살아 남았다.

결과적으로 '새 교과서…모임'은 한국정부가 1항목에 걸쳐 여러가지를 지적한 내용 중 일부만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고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정부가 지적하지 않은 내용중에 수정된 4개 항목은 대부분 철자 오류 또는 단순한 표현 변경에 불과해 점수를 주기 어렵다.

여하튼 문부성 검정 통과 이후 재수정 문제를 '성역과 금기'인양 치부해 오던 '새 교과서…모임'측이 교과서 채택을 한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자율수정에 임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교과서…모임'측은 이와 관련, "교과서 채택 이전에 견본을 시판한 결과, 독자들로부터 여러가지 의견이 있어 수정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들의 지적을 수렴해 교과서에 수정을 가한 것이지, 한국과 중국의 '외압'때문에 칼질을 해댄 것은 아니라는 강변이다.

그러나 '새 교과서…모임'측은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으면 자신들이 편집한 교과서의 권위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교과서 시장에서 채택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을 의식해 전략적 차원에서 자율수정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이달중 전국적으로 교과서 채택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자신들의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굴욕'을 감수하더라도 일부 수정작업을 거침으로써 비판세력까지 시장을 확대해 보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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