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중국의 부자 면죄부

만약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 70년대에 문화대혁명으로 중국대륙을 뒤죽박죽으로 흔들어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한국경제 발전은 거의 불가능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마오쩌둥이 대학을 폐쇄하고 많은 30, 40대의 전문인력을 농촌의 집단농장으로 하방(下放)한 덕분에 적어도 10년 이상 중국경제는 묶였고 그 틈에 한국 경제가 이 정도나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며칠전 중국의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일본 경제는 더 이상 중국의 상대가 아니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 중국의 2000년 국내 총생산(GDP)은 1조800억달러로 우리의 2.4배이며 무역규모 4천743억달러, 외환보유고는 1천758억달러로 세계2위다. 아직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 성장 잠재력이나 역동성(力動性)으로 미뤄본다면 "일본쯤이야…"싶은 모양이다.

▲이런 터수에 이번에는 장쩌민(江澤民)주석이 7월1일의 중국공산당 창당 80주년 기념담화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이제 노동자, 농민뿐 아니라 사영 기업주, 자유 직업인 등 새로운 사회계층까지 흡수한다"고 선언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신흥부자도 '새로운 중국 건설'의 역군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81년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지만 '부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쩌민의 선언은 부자를 인민의 적(敵)으로 증오하는 대신 그들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빈부 계층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를 선언한 것을 뜻한다. 이제 중국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고급 주택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살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일상(日常)을 허용하는 자본주의 국가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또 이것은 그동안 덩샤오핑이 개방을 주도한 지 20년동안의 준비기간을 끝내고 이제 경제대국으로서의 자신감속에 일본과 한국을 곧 제압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직도 국가경영의 방향조차 가늠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단견(短見)에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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