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원지도 아닌데 웬 '입장료'

이제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으로 들어 가는 계절. 벌써부터 주말이면 길 떠나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공짜는 없다. 경치 좋다 싶은 곳이면 이제 어디든 입장료를 내야 한다. 최근 몇년 사이 거의가 '자연 발생 유원지'로 지정된 것.

대부분 쓰레기 처리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고 큰 돈도 아니긴 하지만, 설득력이 약해 보이면 피서 기분을 잡치기 십상.

◇무슨 근거로 돈 받나 = 시·군청마다 '자연발생 유원지'(혹은 비지정 관광지)를 지정해 관리할 수 있게 조례를 만들었다. 환경오염을 막자는 취지. 쓰레기 처리 및 관리비 명목의 입장료가 따라 붙을 것은 뻔한 이치.

돈 받는 기간은 대체로 행락객이 몰리는 7, 8월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6월부터 9월까지 받는곳도 있다. 성주는 6월20일부터 8월 말까지, 문경 가은읍 완장리는 6월20일부터 9월 말까지 받는다.

돈 받는 일과 관리하는 일은 대부분 현지 마을들에 맡겨졌다. 청년회·부녀회·노인회에서 이런일을 맡는 것. 수익금 중 상당 부분은 인건비로 나간다. 나머지 돈으로 간이화장실이나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아무 시설도 없으면서 돈을 받으니 이용자들이 반발할 것 또한 불가피한 일. 그래서 툭하면 시비가 붙는다.

◇쓰레기 처리비가 1인당 1천원? = 유아.노인은 무료이나, 대부분 자연유원지는 어른(13~65세) 1천원, 어린이(6~12세) 500원씩의 입장료를 책정해 놓고 있다.

영주·문경은 어른 500원, 어린이 300원으로 상대적으로 싸고. 포항·경주·영덕 등의 해수욕장은 입장료가 없는 대신 주차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주차료는 입장료보다 결코 싸지 않다.

이용객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러가지. '쓰레기 처리비'라면서 왜 굳이 사람 숫자대로 나눠 징수하느냐 하는 것도 그 중 하나. 음식물 하나 없이 몸만 들어가도 내야 할 지경에 이르면 시비가 커진다.

입장료 문제로 승강이 하다 보면 욕설까지 오가는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순식간. 휴가철마다 시·군청에 항의 전화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 화가 난 이용자들은 "기분 나쁘다"며 일부러 쓰레기를 계곡 곳곳에 남겨 두고 떠나기도 한다.

◇안 받는 곳도 있다 = 영천시청은 자양면 영천댐 상류 지역과 임고면 자호천을 자연유원지로 지정해 놓았지만 별도 입장료를 받지는 않는다. 버릴 쓰레기가 있는 사람은 배출용 봉투만 사면 된다. 값은 5ℓ 80원, 20ℓ 320원.

칠곡 가산면 금화계곡은 작년까지 어른 500원, 어린이 300원씩 받았지만, 올해는 입장료를 없애기로 했다. 인근 상인들이 "몇 푼 안되는 입장료 탓에 이미지만 나빠져 행락객이 줄어 든다"고 반대했기 때문. 상인들은 대신 자신들이 쓰레기를 치우기로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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