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서투른 부양책보다는 구조조정을

정부는 하반기 거시경제 운용기조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의 향후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졌음을 간접 선언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당초 5~6%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4~5%로 낮춰잡고, 실업률은 당초 목표대로 3%대에서 안정시키며, 소비자물가 관리목표는 3%대에서 4%대로 올려잡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경우 연간 성장률은 4% 초반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성장률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 다만 물가와 금리·환율 동향을 감안,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문제는 이같은 목표치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위축돼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은 IT(정보통신)산업 침체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일본도 장기불황에서 빠져나올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반도체 경기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국내 수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부도 이같은 대외여건 악화를 고려, 건설·서비스업 등을 통한 내수회복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들조차 투자전망을 매우 어둡게 보고 있어 내수가 어느정도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거기다 자금시장 불안, 재정적자, 최근 공공요금 상승 등은 경제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률 3%, 물가 4%대 지키기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진 부총리도 "지금은 새로운 정책을 쓸 수도 없고,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속수무책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돈풀어 내수를 살리는 서투른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하반기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구조조정의 강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내수시장과 기업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경제환경 투명성 제고가 지름길임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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