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항제철이 올린 매출액은 11조6천900억원 가량이었다. 이는 포항과 광양 두 제철소를 합친 것으로, 포항제철소의 매출액은 전체의 54%인 6조3천100억원. 이런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포철이 포항시에 낸 시세(市稅)는 404억원으로 포항시 전체 시세수입의 26%를 넘는다.
▨포철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그렇다면 포철이 차지하는 포항경제의 구체적 기여도 내지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이에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상의와 한국은행 등 기타 경제관련 기관단체의 통계치를 집계하면 포철의 총생산은 지역 총생산의 최소 6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시가 조사한 포철을 비롯한 지역내 26개 대형 제조 사업장의 지역총생산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실상 포철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최소 60%'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월 포철이 1만명(포항근무자) 직원월급으로 포항에 푸는 현금은 300억원 가량이다. 또 계열사와 직접 협력사를 합치면 450억∼470억원 가량이라는 게 금융권의 정설. 일용직 등 하청사 분을 합치면 포철 한곳에서만 월 500억원 가량이 임금으로 지역에 방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포스코개발, 포스콘, 포철산기, 포스렉 등 직접 계열사와 30∼40개 협력사 등 포철 안에서 일하는 업체와 함께 포철의 수요업체 등 포항공단을 중심으로 한 포철권(浦鐵圈) 경제력의 지역경제 비중은 80∼85% 가량이라는 게 관련 당국의 추정치다.
이런 상황에서 포철이 7월2일 기존 회사운영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PI 선포식을 갖고 대변혁의 신호탄을 쐈다. 이것은 포철의 경제력을 감안할때 지역 경제계 전체의 변혁이요, 포항시 경제체제의 변혁을 유도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PI(Process Innovation.업무혁신)란
포철의 PI는 임직원들의 의식과 가치기준부터 업무절차 및 정보시스템과 조직까지 회사의 모든 부분을 포철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유상부 회장은 2일 "회사의 모든 프로세서를 웹기반의 경영정보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고객과 상호 Win-Win 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당장 다음달부터 판매계획 수립기간이 60일에서 15일로 줄고, 고객사들은 주문.계약 등 모든 거래업무를 웹상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어 실질적인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져 그간 사실상의 독점업체로 포철이 누려왔던 우월적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같은 포철의 변혁은 의사결정의 신속성이 더해지면서 경영효율이 극대화되고 전사 통합시스템 구축으로 각종 재무관련 업무처리 기간이 종전 110일에서 30일로 단축되었고 6일 걸렸던 월결산 소요일도 하루로 단축되는 등 시(時)테크 강화로 지역의 많은 거래업체들의 대금결제 시기도 훨씬 빨라질 전망이다.
포철은 또 이와함께 한때 복마전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납품절차 등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판매와 납품을 스틸앤닷컴(Steel-N. com) 및 엔투비(eNtoB) 등을 통해 전자상거래로 처리키로 했다.
따라서 포철의 이번 사운영관련 변혁은 계열.협력사로, 나아가 하청.용역사 및 수십∼수백개에 이르는 지역의 납품사까지 영향을 미쳐 포항 경제권에 가늠키 힘들 정도의 연쇄효과를 예상케 하고 있다. 특정 인맥.학맥 등 배경으로 특혜를 누리던 시대의 종료를 의미하는 조치다.
▨기대효과는
지난 68년 설립된 포철은 30년만에 조강생산량 2천800만t의 세계 최대 철강사로 성장했으며 세계 철강기업중 가장 생존가능성 높은 기업으로 꼽히는 등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번 업무 혁신은 기존의 실적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 최고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과 신속성 및 공정성을 확보해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겠다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포철의 이같은 의도는 올해 주가동향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데, 지난 1월초 개장 당시 7만6천500원으로 완전 바닥권을 형성했던 포철주가는 PI가 완성단계에 이른 최근에는 11만원대의 강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주주 및 투자가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심대섭 경주지점장은 "포철의 PI는 주 투자가인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에게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따른 투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체적인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도 상당한 역할이 기대되고, 포항지역 경제구도의 선진화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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