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용소는 6.25 이전에도 있었다고 마을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걸로 봐 아마 역사가 53년쯤은 되는 것 같습니다". 칠곡 왜관읍 낙산1리, 낙동강이 마주 보이는 도로변에 있는 '낙산이용소'.
주인 이우생(65)씨는 "1983년 낙동강 둑이 터져 물난리가 나 왜관읍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지 18년째이지만 천장 합판만 갈았을 뿐 그때 그대로"라고 했다. 흙으로 쌓은 벽체, 작은 유리창이 있는 목재 출입문, 서까래에 얹힌 기와지붕… 6.25 폭격과 수해, 심지어 도로확장 편입까지 용케도 피하며 지금도 옛모습 그대로이다. 이발관 이래야 3평 남짓한 공간에 의자 2개, 낡은 소파, 머리 감는 세면대, 선풍기 한 대가 고작.
영화사들이 눈치챈다면 까딱 촬영장으로 쓰려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고객도 인근 180여 가구 주민이 전부. 더욱이 요즘은 하루 손님이 2~3명 정도에 불과해 "그저 담뱃값 정도 번다는 생각에" 혼자 머리 깎고 면도해 주고 감기는 일을 소일삼아 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젊은층들은 아예 찾지 않은지 오래됐고 심지어 노인들까지 예쁜 아가씨가 머리 만져 주는 미장원을 찾는다는 것.
이발료 7천원도 농촌에서는 큰 돈이어서, 이씨는 소년가장이나 노인들의 이발은 무료로 해 주는 일이 더 많다고 했다. 그 덕분에 군수 표창을 여러 번 받았고 경북 이용사회장 상도 받았다.
"정보통신이 아무리 발달하고 누가 뭐래도 낙산리 정보 1번지는 낙산이발관이지요. 농촌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지만 이발관에는 언제나 농민들의 인심과 정이 흘러 넘쳐 좋습니다". 이씨가 이 영화 세트장 같은 이발관을 지키는 또다른 이유인듯 했다.
칠곡.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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