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들에 의해 자행되는 '명예살인'이 숙지질 않고 있다. 게다가 '명예살인'은 오빠나 남동생이 외간 남자와 정분이 나거나 순결·정조를 잃은 여동생, 누나를 살해하는 '반인륜 범죄'로 해마다 수 천건씩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슬픈 운명의 중동여성들에게 '명예살인'의 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조금씩 여권신장의 바람이 일고 있다.
◇"넌 가족의 수치"=요르단에서 19살의 남동생이 가문의 불명예를 씻겠다며 혼외정사 의혹을 받고 있던 누나(22)를 목졸라 살해했다. 이에 앞서 가족들에게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18세 소녀가 가문의 명예를 욕되게 했다는 이유로 오빠(21)에게 독살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바람을 피운 18세의 한 소녀가 교회 규율에 따라 채찍질로 죽임을 당했고, 이집트에선 아버지가 가족을 욕되게 한 딸을 살해한 뒤 그 목을 거리에 내걸기도 했다. 또한 상당수 중동 여성들은 아버지의 허락없이 딴 남자와 정분을 맺은 사실이 발각될 경우 공개적으로 규탄받은 뒤 자살을 강요당한다.
요르단에선 매년 25명가량, 이집트에선 50여명, 예멘에서는 400여명의 여성이 '가문의 명예'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살해된다. 파키스탄에선 지난 해 1천여명을 포함, 매년 평균 300여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의 이름으로 숨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서안에서 지난 한 해동안 발생한 살인의 3분의 2이상은 바로 '가문 명예'를 위한 여성 살해였다. 이슬람지역에서 해마다 '명예살인'으로 숨지는 여성은 5천여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르단의 경우 강간을 당하거나 혼외정사로 임신한 죄목(?)으로 교도소에 들어온 여죄수들이 형기를 마치고도 '명예살인'을 우려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례마저 늘고 있다. 요르단 여성교도 재활센터는 214명 여성중 35명이 집안 사람들에 의해 '명예살인' 당할 것이 우려돼 석방하지 않고 있으며 이중에는 형기를 마치고도 11년째 교도소 생활을 계속하는 여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살인자가 영웅으로'='명예살인'은 대부분 가족들에 의해 저질러 진다. 그것도 남동생이나 오빠 등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때론 18세 이하 살인자는 마을에서 가문의 명예를 지킨 보답으로 영웅 대우를 받기까지 한다. 대부분 살인자는 무죄방면되거나 명목상의 경미한 처벌을 받을 뿐이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명예살인'에 대해 이슬람 국가의 독특한 '문화적 관습'으로 치부하고 주요인권침해 사례로 다루기를 꺼려왔다. 해당국가에서도 '명예살인' 의 악습을 폐지하기 위해 가족살인범을 강력히 처벌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계속 반발에 부딪혀왔다.
◇변화의 바람= 이집트 등 상당수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여성의 차도르 착용 관습이 이미 깨어진 지 오래다. 착용이 의무화된 나라에서도 온 몸을 감싸는 검은 망토 스타일의 전통 차림은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형 약식 차도르 '헤자브'로 바뀌고 있다. 복장뿐만 아니라 참정권은 물론 정치활동, 이혼 요구권, 운전 등 각 방면에서 여성의 자유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해외에서 교육받은 여성이 늘고 있는 데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 서구에서 교육받은 지도자가 대거 등장해 개혁개방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화 바람과 인터넷의 보급은 여권신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이슬람 왕정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99년말 여성에게도 '주민등록증'을 발급했으며 지난해에는 79년 유엔이 제정한 '여성차별 철폐조약(CEDAW)'에 가입했다.
프랑스의 식민지배 탓으로 여성정책이 개방적인 모로코에서는 최근 2,3년 사이에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남녀 공학으로 바뀌었다. 여성의 혼전 성관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불륜으로 아이를 낳은 여성은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돼 있지만 혼전에 처녀성을 잃는 여성이 70%를 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바논에서는 낙태가 법률로 금지돼 있지만 실제로는 낙태가 성행하고 있으며 처녀막 재생수술도 흔히 이뤄지고 있다.
바레인에서는 의회가 이혼법과 가족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지만 여성의 상속 및 이혼 을 요구하는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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